[경제전망대]문재인 정부의 '소득(임금)주도 성장론'에 대한 평가와 보완

임양택

발행일 2017-09-2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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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모든 근로자 대상 아닌
비정규직에게만 적용해야
정부, 영세사업주 인건비 부담
국가 재정으로 지원할게 아니라
미국의 '조세감면조치'와
佛 '사회보험료 감면' 도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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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소득주도 성장론'은 2012년 ILO(국제노동기구) 보고서에 게재되었던 마크 라부아(캐나다 오타와대 교수)와 엥겔베르트 슈톡하머(영국 킹스칼리지 교수)가 발표한 논문: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 개념, 이론 및 정책'에 근간을 둔다.

'임금(소득)주도 성장론'이 대두된 배경은 디지털 산업혁명이 이루어진 1990년대~2000년대 초 디지털 양분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ILO 등을 중심으로 '포용적 성장', '빈곤친화적 성장'이란 개념이 제시되었다. 또한, 후기 케인지언 주류경제학이 주창한 '이윤주도 성장'을 '임금주도 성장'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청년에게 81만개 공공 일자리를 주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 임금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6천470원인 최저 시급을 오는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는 임금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저 임금 1만원은 앞으로 최저임금을 3년간 매년 15.7% 이상을 인상해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찬반양론이 활발하게 개진되고 있다.

그러나 '임금주도 성장론'이 성공한 역사적 사례가 거의 없다. 1990년대부터 사회민주당 세력이 집권했던 영국,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의 '제3의 길'과 같은 실험은 대체로 실패했다. 특히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로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만약 수출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이 임금 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경제성장 엔진 자체가 꺼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정부의 '임금주도 성장' 정책의 목표는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증대→소비촉진→기업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고용축소 및 해외공장 이전→고령자 및 단순 숙련공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고용시장 자체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수출경쟁력과 기업 수익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임금(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다음과 같은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최저 임금의 적용대상을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소득 양극화의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의할 것은 최저임금 제도는 본질적으로 근로자와 자본가 간의 갈등이기보다 취약근로자와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인 간, 즉 사회적 약자와 약자 사이의 분배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기한 저자의 정책대안은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보전과 경제적 불평등 개선이라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고 효율적이고 신축적인 정책수단인 것이다. 또한, 이것은 하버드 대학의 세계적인 철학 교수였던 존 롤즈(1921~2002)의 '정의론(1971년)'이 주장하는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며 그의 '수정 자유주의'(즉, 자유와 평등의 공존)를 구현하는 것이다.

만약 임금 인상 재원을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로 이끌어내면 기업 부담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이들의 실질 임금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임금 주도 성장 정책'의 목표대상을 비정규직으로 좁힐 경우, 한계소비 성향이 큰 비정규직과 청년층(대졸 취업자의 40%가 비정규직)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내수진작과 노동 유연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기한 저자의 정책대안은 과거 보수정권 시대에서는 엄두를 못 낼 일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적 합의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저자는 믿고 있다. 참고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3년 '하르츠 개혁'을 통해 독일 경제의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그는 노사정 합의로 실질임금을 깎고 복지혜택도 축소했었다. 그 덕분에 독일 기업들은 해외로 이전하지 않고 국내에 투자를 늘려 고용을 창출했었다.

둘째, 문재인 정부는 약 3조원을 투입해 영세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지원 대상을 '인상된 최저임금의 지급 여력은 있지만 재정이 부실한 사업장(140만명)'과 '아예 지급 여력이 없는 사업장(160만명)'으로 나눌 계획이다. 전자의 사업장은 최근 5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상회하는 추가 부담액(월 12만원)과 사회보험료 지원금(1만원)을 합해 13만원을 정액 지원(총 2조1천억원)한다. 단시간 근로자가 많은 후자의 사업장은 13만원의 약 절반(53.8%)만 지원할 방침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정부가 기업을 지원한 해외 사례(세제혜택공여 혹은 인프라 지원 등)는 있지만 국가재정으로 민간기업의 임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한국이 유일한 사례라는 점이다.

따라서 상기한 저자의 정책대안은 영세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국가 재정으로 직접 지원할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하고 있는 조세 감면조치와, 프랑스가 사용자부담 부분인 사회보험료 감면조치를 각각 도입 및 실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07~2009년 시간 당 최저임금(연방 기준)을 5.15달러에서 7.25달러로 크게 올렸으며 '일자리 및 성장을 위한 조세 경감 조정법'이 규정한 비용 처리 인정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세 감면 혜택을 부여했었다. 한편, 프랑스는 2000년대 중반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일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금 우대 조치를 하였으며 2013년 이후에는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의 사회보험료를 감면해 주고 있다. 또한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 비율로 함께 분담한다. 이 중 사업주의 부담은 정부가 덜어 주고 있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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