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10년전 평양 순안 공항의 기억

정진오

발행일 2017-09-21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평온하고 안정적인 곳 '세계의 과녁' 돼 버려
'정릉사' 절 뒤꼍에 사격 연습장 보고 갸우뚱
숨기지 말고 모두 보이면 '남북화해'도 가능


2017092001001400900065911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최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미국을 염두에 둔 미사일 도발을 잇따라 감행했다. 그러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완전히 파괴하겠다(totally destroy)"는 고강도 경고로 맞섰다. '순안발 미사일 사태'가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순안(順安)'은 '순화(順和)'와 '안정(安定)'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순하고 편안하고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실제 순안비행장 일대의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다본 순안 부근의 바닷가는 그렇게도 평온하고 잔잔할 수가 없다. 그런데 지금 순안은 세계가 주목하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기자는 꼭 10년 전인 2007년 3월 25일 오후 5시, 평양 순안공항 상공을 날고 있었다. '김일성종합대학 과학도서관 참관단' 일원으로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단장은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던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북한이 순안비행장에서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게 10년 전 순안공항에서의 기억이었다. 3박4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참관단'은 첫날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석 단장은 "우리 민족끼리 힘과 지혜를 모으면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게 많다", "머지않아 2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북미관계도 정상화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깜짝 놀랄 만한 얘기였다. 이를 토대로 경인일보는 '남북정상회담 8월설 떠올라'란 제목으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예측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제2차 정상회담을 2007년 10월에 가졌다. 임종석 단장의 말처럼 세계가 놀랐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당시 평양에서 임종석 단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세부적 논의를 은밀히 진행했던 듯하다. 그런 점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산파'라고 할 수가 있다.

그 뒤 10년, 평양 순안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군사위성의 감시 초점이 되었다. 일본 열도를 지나쳐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하고, 그 미사일에 핵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면서 평양은 이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가 겨냥하는 과녁이 되었다. 그 사이 천안함 폭침도 있었고 연평도 포격 사건도 터지면서 거의 전쟁 직전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북미 간에 고강도 전쟁 위기로 치닫지는 않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예측을 불허한다는 김정은과 트럼프가 수많은 사람을 전쟁 걱정에 사로잡히게 하고 있다.

'참관단'은 평양 방문 기간에 동명왕릉을 관람했다. 그 입구에 '정릉사(定陵寺)'란 절이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목탁소리가 흘러나왔고, 짧은 머리에 승복을 입은 스님 2명이 손님을 맞으면서 '성불하십시오'라며 인사를 건넸다. 기자는 안내원의 눈을 피해 슬쩍 정릉사 용화전 뒤꼍으로 갔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격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게 아닌가. '절'과 '사격 연습'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절간의 사격 표지판을 숨길 게 아니라 모두에게 내놓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남북의 화해는 가능할 터이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진오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