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
인간의 얼굴을 한 추리소설―바로 감동적 휴먼 추리소설을 말한다. 그의 소설은 우선 쉽고, 잘 읽힌다. 기괴하고 엽기적인 스토리에 복잡한 트릭으로 독자들을 들볶지 않는다.
편안하고 감동적이다. 1985년 '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66편이 넘는 장편소설·작품집을 발표했다. 일 년에 두 권 이상의 작품을 쓴 것이다.
히가시노의 추리소설은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등장하는 '가가 시리즈'와 천재물리학자로 테이도(帝都) 대학 물리학과 조교수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갈릴레오 시리즈'로 대별된다.
여기에 '덴카이치 다이고로 시리즈' 등이 뒤를 잇는다. 그의 작품은 대다수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졌다. 마치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지' 않고 '보게' 되는 것처럼 히가시노 소설은 매체를 넘나드는 압도적 대중성을 보여준다.
'용의자 X의 헌신'(2005)은 유가와 교수와 그의 대학동문으로 수학 천재로 통하는 이시가미 데츠야의 지적 대결이 벌어진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 도미가시 신지를 살해한 옆집여자 하나오카 야스코를 위해 자신의 천재적 두뇌를 사용하는 이시가미의 헌신이 핵심이다.
야스코의 살인을 은폐하고, 그녀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트릭들, 이시가미의 시체 바꿔치기 같은 트릭이 절묘하다. 기하학문제인 줄 알았는데, 함수문제였다는 위장술, 사람들의 눈길 속이는 이른바 "그릇된 방향(misdirection)을 지시하는 트릭"이 절묘하다.
'기린의 날개'(2011)는 적당하게 통속적이며 적당하게 감동적인 휴먼 추리소설이다.
살해당한 아버지 아오야기 다케아키에 대한 아들 유토의 화해가 감동적이며, 청운의 꿈을 안고 도쿄로 올라온 야시마와 가오리 두 청춘남녀의 순수한 사랑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환 그리고 아오야기와 야시마에 대한 누명을 풀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헌신하는 가가 교이치로 형사의 수사와 추리가 볼만하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은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어설픈 삼인조 절도범 청년들이 시공간이 뒤틀려버린 이곳에서 32년의 시간을 오가며 사람들의 상담역을 해주고, 그들의 엉뚱한 조언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상황이 재미있다.
모든 사건과 스토리들이 환광원이라는 보육원 출신의 사람들과 연결되는 과정을 그린 인간적인 타임 슬립물이다. 장르문학이든 본격문학이든 좋은 작품은 반드시 읽히고 또 살아남는 법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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