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89]김내성의 '청춘극장'

경인일보

발행일 2017-10-18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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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평론가 조연현은 '청춘극장'을 "침식(寢食)을 잊게 하는 소설"이라 했다.

조연현(1920∼1981)이 누구인가. 그는 주요 문인들이 대거 납·월북하고 타계한 상황에서 김동리와 함께 한국문단을 좌우하던 최대 주주였다. 당대의 문학권력이었던 조연현이 이렇게 말할 정도였으니, 한국전쟁 통임에도 하늘을 찔렀던 '청춘극장'의 높은 인기를 미루어 알 수 있다.

'청춘극장'은 '태양신문'(한국일보의 전신)에 1949년 5월 1일부터 1952년 5월(마감일 미상)까지 꼭 3년간 연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청운사(1949)·육영사(1953) 등 8곳이 넘는 출판사에서 5권 분량으로 출간되었으며, 무려 15만질이 팔려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성기 감독(1959), 강대진 감독(1967) 등에 의해 두 차례 영화화됐고, 당대의 여배우였던 김지미, 윤정희가 주연을 맡아 열연했다. 윤정희는 신인배우공모를 통해 주연을 맡아 이 영화 단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올랐으니 '청춘극장'의 대중문화사적 위상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청춘극장'은 한마디로 극장소설이었다. 청춘들의 고뇌, 복잡한 애정관계, 신파적 스토리, 자유연애, 서사의 남성성, 독립운동, 추리소설적 구성, 자동차 추격전, 식민지시기를 배경으로 경성과 북경과 동경 등 동아시아 전역을 무대로 펼쳐지는 특유의 '크로노프'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대중문학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주인공 백영민은 독립지사의 딸로 조혼한 아내 허운옥과 신여성 오유경 사이에서 심각하게 갈등하며, 와세다 대학을 졸업하여 변호사가 됐다 학병으로 끌려가는 고초를 겪다 끝내 아내 오유경의 무덤 앞에서 극약을 먹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평양출신에, 와세다대학 법학과 유학에, 조혼한 아내와 결별하고 재혼한 경력 등 백영민은 작가 김내성의 이력과 거의 일치한다. 백영민의 절친인 장일수는 강건한 독립운동가로, 또 백영민을 흠모하는 기생 박춘섬을 연모하는 신성호는 작가의 길을 걷는다.

'청춘극장'은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상당히 많이 개입돼 있는 소설이다.

여기에 조선 여성의 수난을 대변하는 허운옥의 시련과 헌신, 당돌한 신여성의 자유연애를 표상하는 오유경, 백정 출신으로 친일의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입신출세를 꿈꾸는 최달근, 친일 자산가로서 복잡한 면모를 지닌 오유경의 아버지 오창윤, 팜므파탈과(科) 여성 스파이 나미에, 백영민의 중학교 스승이자 교관인 야스다 등 대중문학의 거의 모든 것을 망라한 기법과 인물들이 등장한다.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에 지친 대중들을 위한 문학이었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청춘극장'은 제 할일 다 한 빛나는 소설이었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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