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88]풍수지리와 대중소설

경인일보

발행일 2017-10-11 제16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092101001478700069881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풍수사상이 한국문화에 끼친 영향은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성혁명·건축물·장묘문화·대중문학 등 다양한 영역에 두루 걸쳐 있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준말로 전(前)근대시대의 자연철학이며 공간학이다.

감여학, 상지학이라고도 하는데, 전한(前漢)시대의 '청오경'과 동진(東晋)시대 곽박의 '장경'(일명 '금낭경')에서 기본골격이 완성된다. 왕건·묘청·이성계·홍경래 등 역사적 인물들도 풍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풍수는 항상적 정쟁의 대상이었고, 심지어 조선시대 송사사건의 8할은 묘터를 둘러싼 산송(山訟)들이었다.

좋은 땅을 찾고 땅과 자연의 힘을 빌려 태평성세와 삶의 영화를 누리려는 동아시아인들의 이 지력신앙(地力信仰)은 문학작품들 속에서도 약여하다. 김동리 '황토기', 송기숙 '자랏골의 비가', 이문구 '관촌수필', 이청준 '선학동 나그네', 최명희 '혼불' 등 한국소설사를 빛낸 작품들 속에서도 풍수사상은 생생약동 살아있다.

풍수지리를 소재로 한 대중문학도 상당하다. 이 가운데서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들도 있다. 비소설로써 손석우의 '터'(1993)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또 강영수의 '소설 풍수비기'·김광제의 '명당과 풍수'·김종록의 '소설 풍수'·유현종의 '사설 정감록' 등이 중장년 남성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현대소설이 20~30대의 젊은 여성들과 10~20대 청·소년 독자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젠더와 세대를 넘어 중장년 남성을 중심으로 한 '풍수소설'의 인기는 참으로 독특하고 이색적인 현상이다. 소설은 젊은 여성과 청년들을 위한 예술이다.

40대 이상 중장년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역사소설이나 정치소설, '삼국지'나 '대망' 같은 동양고전과 기업소설들이다.

유현종의 '사설 정감록'은 '조선일보'에 654회에 걸쳐 연재(1989.1.1~1990.12.30)된 역사소설로 이같은 특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사설 정감록'은 민중 신앙이라고 해도 좋을 '정감록'과 풍수사상을 바탕으로 정조 초기 최고의 실력자였던 홍국영의 부침을 그린 대중소설이다.

거듭되는 가족사적 비극과 낙척불우한 삶을 살던 홍국영이 무명이라는 선승이자 풍수사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묘를 명당인 '천풍혈'에 쓴 다음, 승승장구하여 고립무원의 정조를 탁월한 기지로 조력하며 정치력을 발휘하다 일순간에 몰락하는 이야기다.

소설은 대중들의 정치개혁의 열망에 반한 3당 합당과 민자당의 출범으로 야기된 1990년대 대중들의 정치허무주의를 반영한 작품으로 기복신앙과 상업화 나아가 생태주의와 대안 인문지리학으로서의 어렴풋한 가능성을 보여준 '또 하나의' 대중소설이었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