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87]백백교와 박태원의 '금은탑'

경인일보

발행일 2017-09-27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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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종교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전쟁·살인·테러·부녀자 약취·금품강탈·가정파탄 등 천인공노할 범죄를 종교가 앞장서 자행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도 옴진리교 못지않은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백백교(白白敎) 얘기다. 백백교는 동학교도였던 전정운이 창종한 백도교에서 갈려나온 유사종교다. 교주 전용해는 무려 60여명의 부녀자들을 첩으로 두었으며, '헌성금'이란 미명하에 신도들의 재산을 강탈했고, 1929년부터 1937년까지 109회에 걸쳐 341명의 신도들을 살해하는 참혹한 범죄를 저지른다.

대홍수로 곧 세상의 종말이 오며, 백백교를 믿어야 산다고 선전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과 현실변혁의 대안이 없는 식민치하에서 종교를 통해서 위안을 받고 또 새로운 희망을 얻고자 한 민중적 바람과 공포를 악용한 것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천변풍경'의 작가 박태원(1910~1986)이 조선사회를 충격과 경악에 빠뜨린 백백교 사건을 소재로 실화소설 '금은탑'을 발표한다.

소설은 1938년 4월7일부터 1939년 2월14일까지 총 219회에 걸쳐 조선일보에 연재됐다. 연재 당시의 원제는 '우맹(愚氓)'이었다. '금은탑'은 '우맹'을 개작한 작품으로, 1949년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작품의 초점인물은 교주 대원님의 아들 김학수다.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끄는 호남형 인물이지만, 아버지 전용호(그는 아들 학수를 폐인이 된 김윤경 호적에 아들로 올려놓고 자신도 김윤경이라는 가명을 쓴다)의 죄악 앞에서 갈등하고 번민하다 출가사문의 길을 걷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주동적 인물 최건영은 누이를 교주의 첩으로 바치고 재산을 강탈당하자 복수의 일념으로 교주 일당과 격투를 벌인다. 실존인물 유곤룡이 최건영의 모델이다. 교주의 첩이 되어버린 아내 장봉자를 찾아다니다 불귀의 객이 되는 맹서방과 장봉자 남매는 백백교에 속아 인생을 탕진하는 어리석은 백성, 곧 '우맹'의 상징이다.

'금은탑'은 예술성보다는 사건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에 있는 사건을 거의 실시간으로 소설화한 매우 이채로운 팩션(faction)형 대중소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959년 캔사스주에서 일가족 네 명을 살해한 이른바 '클러터 사건'을 소설로 옮김으로써 팩션의 효시가 된 트루먼 캐포티의 '냉혈한'(In Cold Blood, 1965)보다 무려 한 세대나 앞서는 특이한 작품이 바로 '금은탑'이다. 또 박용구의 '계룡산'(1964), 이문현의 '백백교'(1989) 등 백백교를 다룬 대중소설들의 선례가 된 실험소설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둘만하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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