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산책·(13)성찬식]불행과 싸우는 소녀, 부서진 가족의 배고픈 성찬식

민정주 기자

발행일 2017-09-28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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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가장의 무거운 인생 포착
인물 밀착한 촬영·영화적 편집
우리가 타인을 보는 시선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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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샤바 인근의 허름하고 비좁은 아파트에 사는 14세의 소녀 올라(Ola)는 이 집의 가장이나 마찬가지다. 아빠는 술에 취해 무능하기 짝이 없고, 엄마는 집을 떠나 간혹 전화만 나눌 뿐이다. 자폐아인 두 살 아래 남동생은 늘 불안한 상태다.

영화는 올라가 남동생 니코뎀(Nikodem)의 성찬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중심으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소녀의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가톨릭교 신자가 95% 이상인 폴란드에서 첫 영성체를 하는 성찬식은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온 가족이 모두 모여 화합하는 날이기도 하다.

올라는 자폐증으로 인해 주의가 산만한 남동생이 성경의 가르침을 외우도록 돕는 한편, 제구실을 못하는 아버지를 돌보아야 하고, 멀리 떠나 살고 있는 엄마가 성찬식에 참석하도록 설득한다.

성찬식 이후 엄마가 갓난아기를 데리고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안나 자메츠카 감독은 이 첫 장편영화에서 인물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으며 극적인 순간들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다.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대상인 흰기러기상을 수상한 '성찬식'은 타인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풍요롭게 해주며 나아가 우리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게 해준다.

연출자가 개입하지 않는 가운데 인물에 밀착한 신중한 촬영과 극영화에 가까운 숙련된 편집이 영화의 완성도를 더하며 심사위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28일 오후 5시20분 고양 메가박스 백석8관에서 특별 상영된다.

/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사진/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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