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퇴직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

박상일

발행일 2017-09-2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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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직장인 거의 '제2의 인생' 설계 안돼 있어
할 일 많아도 준비·훈련과정 없다면 '그림의 떡'
정부, '재교육'으로 고령화·고용문제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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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몇 달 전 대학교 동창이 강원도 홍천에 펜션을 냈다. 2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명예퇴직한 후, 무엇을 할 지 몇 개월을 고민하다가 나름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로 두 시간 반을 꼬박 달려야 하는 산골짜기에 자리한 펜션을 퇴직금과 모은 돈을 털어 인수했다고 한다. 다른 동창들은 '남자들의 로망'까지 들먹이며 그 친구에게 부러움 섞인 눈길을 던졌지만, 막상 찾아가 보니 역시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평소 집안 일이라고는 관심도 두지 않던 친구가 펜션에서 거의 혼자 끼니를 해결하면서 손님들 뒤치다꺼리까지 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펜션 마당 잔디밭과 주변 나무들을 거의 매일같이 관리하느라 얼굴이며 팔뚝이 까맣게 탔고, 이제는 겨울을 나기 위해 화목보일러에 쓸 장작을 마련하고 난방장치 등을 손보느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친구들이 부러워한다고 전해주니 친구가 웃으며 말한다. "와서 해 보라고 그래."

40을 넘은 웬만한 직장인들은 퇴직 후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시골이나 가서 밭이나 일구며 편안하게 보내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 은퇴를 눈앞에 둘 때까지 답답한 도시에서 쫓기며 생활했으니, 농촌의 한가한 생활이 오랫동안 부럽기도 했을 것이다. TV에서는 귀농·귀촌으로 건강도 되찾고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거의 매일같이 등장하며 중년들의 '로망'을 부채질한다. 그러다가 몇 명은 퇴직 후 큰 마음을 먹고 농촌에서 '새 출발'에 도전하지만, 결국 생각지도 않았던 현실의 벽에 가로막히게 된다. 도시생활이 힘들 듯 농촌에도 현실이 있고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월을 기준으로 퇴직 연령층에 해당하는 55~64세 인구가 723만명에 달했다. 전년 같은 달 688만명보다 35만명이나 늘어난 숫자다. 이중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가 507만명에 달하고, 취업자는 494만명이라고 한다. 취업률을 계산하면 68.3%가 나오는데, 같은 달 우리나라 고용률 61.3% 보다도 높다. 나이로 봐서는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 했을 때지만, 젊은이들 못지않게 무언가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퇴직이 끝이 아니니, 퇴직 후 할 일을 찾는 것은 거의 모든 중년 직장인들의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중년 직장인들이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데 있다. 20~30년 동안 직장 일에만 매달려 있느라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가 거의 안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퇴직 후 선택이 뻔하기만 하다. 우리나라에 치킨집이 넘쳐나고 커피집과 빵집이 넘쳐나고 편의점이 넘쳐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나이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준비와 훈련이 돼 있지 않으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고령화 문제와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다.

우리나라가 참 못하는 것 중 하나가 '재교육'이다. 사실 이것은 개인들에게 맡겨놓을 문제는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고용 문제나 고령자 문제를 놓고 수많은 고민이 진행되고 있지만, 재교육의 문제는 전면에 부각되어 있지 않다. 개인들도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는 것에 대해 참 어려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또 다른 무언가를 할 힘이 생기는데, 지금 그 상태 그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문제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광고판에 눈이 간다. 간호조무사 교육 홍보물이다. '장·노년이라도 누구나 배우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써 있다. 그런 교육을 훨씬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하나라도 건지면, 제2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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