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창간 특집, 경기]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미군 공여지

경기북부 족쇄 '멍자국' 지우고 '희망 랜드마크' 만든다

최재훈·정재훈·김연태 기자

발행일 2017-09-29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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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반환대상 179㎢중 144㎢ 차지 도시개발 지연·주민 정신피해
의정부·동두천·파주 대학 유치 광역행정타운·대규모 공원 본격화
안보테마관광·고령친화주거지 변신도… "정부가 보상 지원해야"

지난 60여년간 경기북부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돼 온 미군 기지가 새 단장하고 시민의 품으로 속속 돌아오고 있다.

공원, 택지, 도로 등 돌아오는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희망' 이라는 공통분모를 품고 있다. 미군이 머물던 땅이 워낙 방대했던 만큼 그들이 떠난 자리에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지역 비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넘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보다 창의적이고 미래 비전 창출을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 미군 기지가 남긴 슬픔의 역사

=경기 북부에는 전국 반환대상 주한미군 공여구역 54곳(179.5㎢) 중 29곳(144.6㎢)이 있다. 2012년 발표된 경기개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52년부터 미군이 이들 기지에 머무르면서 의정부·파주·동두천시에 입힌 경제적 피해액은 6천198억원으로 추정됐다.

도시 면적의 상당 부분을 기지로 제공하다 보니 과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데다 도시개발 등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

주민들의 정신적 피해도 적지 않았다. 미군 주둔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소음공해, 범죄 발생, 도시이미지 추락 등은 지역 주민의 '희생'을 담보로 했다. 말 그대로 미군의 도시, 미군에 의한 도시, 미군을 위한 도시였던 어둠의 흔적이 '멍'이 되어 남게 된 것이다.

이 가운데 2002년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주한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기지 반환 절차가 진행됐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개발사업 가능성을 따졌고, 29개 반환대상 공여지 중 22곳(72㎢)이 활용 가능한 기지로 파악됐다. 이 중 현재 16곳(49㎢)은 반환됐지만, 의정부·동두천시의 6곳(33㎢)은 아직 반환되지 않았다.

■ 떠난 기지에 둥지 튼 시민 '보금자리'

=반환된 미군 공여지에는 각종 개발이 이뤄지면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사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학 등 교육기관 유치다. 의정부 금오동 일원 캠프 에세이욘에는 4년제 종합대학인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 및 대학부속병원 조성 사업이 추진 중이다.

전국 최초로 민간투자를 이끌어내 종합대학을 유치한 사례로 기록됐다. 동두천 캠프 캐슬에는 동양대학교와 기숙사가 들어섰고, 파주 캠프 에드워드에는 폴리텍대학이 유치되면서 지역 내 대표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도시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의정부 캠프 시어스와 캠프 카일 25만6천㎡에는 '경기북부 광역행정타운 조성사업'이 추진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의정부준법지원센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 10여개 기관이 입주했거나 입주를 서두르고 있다.

파주시 조리읍 봉일천리에 위치한 캠프 하우즈에 조성되는 '파주 원더풀 파크시티'는 총 개발면적만 108만6천544㎡에 이른다. 이곳은 문화, 레저, 관광, 상업, 주거가 융합된 도시로 개발되며 7개의 특색 있는 테마월드로 꾸며질 예정이다.

시민을 위한 공원과 체육시설 조성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3년 파주 캠프 그리브스 11만8천㎡는 DMZ 체험관이 개관하는 등 역사공원이 들어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탈바꿈했고, 캠프 하우즈에도 대규모 공원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또 의정부역 인근 캠프 홀링워터와 캠프 라과디아에는 각각 근린공원(평화통일 테마공원)과 체육공원이 조성되고, 동두천 짐볼스 훈련장에는 체육시설을 비롯한 드라마 세트장이 조성될 예정이다.


동두천
2015년 동두천시 대회의실에서 오세창시장을 비롯한 지역내 주요 인사들이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반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동두천시 제공 /아이클릭아트

■ '금싸라기' 새 희망 품는 공여지

=반환을 앞둔 공여지 6곳의 청사진 역시 색다른 '랜드마크'를 예고하고 있다. 의정부시는 가능동 캠프 레드클라우드(62만8천㎡) 기지 내 건축물 288동을 활용한 안보테마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 중이다. 한국의 근·현대사와 건국 역사 등을 배울 수 있는 체류형 관광단지를 조성해 관광산업 활성화를 이끈다는 복안이다.

또 호원동 캠프 잭슨은 지난해 7월 국제아트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으며, 고산동 캠프 스탠리에는 복지와 의료, 문화 등이 복합된 고령친화 주거단지 '액티브 시니어 시티' 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두천시는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앞으로 반환될 캠프 호비에는 세계문화촌을, 캠프 케이시에는 기업생산과 주거 시설을, 캠프 헬리포트에는 유통상업단지와 공원을 각각 계획 중이다. 공여지 주변 지역 개발도 한창이다.

캠프 케이시 주변 보산동 관광특구에 디자인아트빌리지 사업을 추진, 비어 있던 점포를 다양한 공방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파주시는 현재 반환은 끝났지만,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캠프 자이언트와 스텐톤, 게리오엔 등 3개 기지의 민자 유치에 관심이 쏠린다.

■ 더 큰 비전 위한 '정부 지원 절실'

=정부는 지난 60여년간 주민 희생에 대해 더 큰 보답을 할 필요가 있다. 보답은 곧 '지원'과 '관심'을 의미한다. 정부는 현재 지자체가 반환기지를 도로나 공원, 하천으로 조성할 경우에만 토지매입비 60~80%를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주민을 위한 공공·체육·문화시설은 지원이 안된다.

이들 시설까지 지원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지자체들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답 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정작 사업 추진에 필요한 공사비는 지자체 몫이다. 이 때문에 열악한 재정여건을 감당하지 못한 지자체들은 정상적인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부동산 경기침체와 높게 책정된 지가 등은 해당 지자체의 사업 의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재원이 마땅치 않아 민간 투자자를 끌어들이려 해도 비싼 땅값에 선뜻 나서는 투자자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반환공여지 개발에 따른 지원을 확대하고, 미개발 반환기지와 반환예정기지의 국가 주도 개발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개발 추진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부/최재훈·정재훈·김연태기자 ky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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