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블라인드 채용 잘 될까?

이한구

발행일 2017-10-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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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것 아닌지
취업희망자들에게 기업선택 자유 보장되듯
채용권, 이윤 중요시하는 기업의 고유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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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으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의 카니발은 이탈리아 최대의 놀이문화이자 브라질의 리우카니발, 프랑스의 니스카니발과 함께 세계 3대 축제로 꼽힌다. 베네치아카니발은 매년 1월말과 2월 사이에 시작해 사순절(四旬節) 전날인 참회의 화요일(Mardi Gras)까지 약 10일 동안 진행되는데 이때 이태리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300만 명 이상이 '물의 도시'를 찾아 공동향연을 즐긴다.

베네치아카니발은 가면무도회로도 유명한데 축제에 참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 준비한 각양각색의 얼굴가리개와 독특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베네치아 거리 곳곳을 누비며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다. 옛날에 이 지방의 서민들이 가면을 쓰고 귀족놀이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이후 귀족들에게까지 널리 퍼졌는데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1년 내내 탈바가지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단다. 조선시대 전국각지에서 성행한 상민(常民)들의 산대놀이가 연상된다.

바야흐로 취업시즌이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국내최대의 청년취업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 간에 금년 하반기 채용관련 최대 이슈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2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청년들이 학벌이나 학력, 지연, 혈연 등의 불평등에서 벗어나 "동일한 출발선에서 오로지 실력만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며 올해 공공부문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주문했을 뿐 아니라 민간기업에도 도입을 적극 권유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신분의 귀천을 불문하고 기본적인 자유와 평등, 공정한 기회 제공 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정의론에 근거한 발상이다. '모든 인간은 사회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공리주의의 대전제와도 일맥상통한다. 문재인정부는 시장경제체제의 최대 특징인 효율성 보다는 휴머니즘에 입각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보장 등이 조화된 복지국가체제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잘 나가는 대기업은 물론 금융기관의 공채스케줄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일제히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했다. 평년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신입행원을 선발하는 우리은행은 100%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고 공표했다. 롯데, CJ,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기업의 30% 이상이 동참을 선언했다. 중견기업들까지 아우르면 그 숫자는 상당하다.

백지면접으로도 불리는 블라인드면접은 면접자들이 피면접자들의 출신학교나 출생지, 가정환경 등에 대한 아무런 기초자료 없이 면접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면접 전에 기본적인 서류심사는 하지만 면접 자체에서는 이력서의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 방식이다. '비정규직 제로시대 개막'이라는 슬로건을 표방한 신정부 출범의 첫 번째 이벤트(?)여서 수험생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저(低) 스팩이라도 합격할 수 있다'는 뜬금없는 소문도 떠돈다. 참여정부 때 사교육을 잡는다며 '춤만 잘 춰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쇼킹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학벌과 학력, 혈연, 지연 불문의 공정한 신입사원 선발이 가능할까? 공공부문은 몰라도 민간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립서비스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취업희망자들에게 기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듯이 채용권은 기업의 고유의 영역인 탓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윤극대화이다. 기업가들은 이윤을 위해서는 염라대왕과도 흥정을 마다않는 존재들이다. 또한 이런 행위가 시장경제 특성상 일자리 창출이나 양질의 상품 공급 등 최대행복의 원칙과도 배치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가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 주는 식당 주인에게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이유이다. 아시아 특유의 족벌주의적 네트워크는 또 다른 돈벌이 기회이다. 이번 취업 대시(大市)에서는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관행이 잦아들지 궁금하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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