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과 김영란법의 관계

한희준

발행일 2017-10-1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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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장
한희준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회장
"시간이 흐르면 도덕성도 함께 부패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나라의 파멸을 불러올 것이다."

'정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부정부패를 두고 이렇게 경고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부정부패'를 막는 법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른바 '김영란법'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달랐다. 아마도 그것은 그동안 부정부패 법률의 치외법권을 누리던 대상들이 포함되고 규제내용도 훨씬 강력하고 구체적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여론에 휩쓸려 성급했던 탓일까? 이제 겨우 시행 1년여밖에 지나지 않은 이 신생 법률의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두고 말이 무성하다. 특히나 본인이 몸 담고 있는 중소기업계는 생존 문제와도 얽혀 있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중에는 날 선 불만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게 업계의 현실이다. 세계적인 불황과 국내 저성장 기조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내수 경기까지 쪼그라들며 살길이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중소기업중앙회가 김영란법과 관련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김영란법 시행 이후 69.7%가 경영이 '어렵다'고 답했고, 이 상태가 계속되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한 응답자가 무려 70.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태여 이러한 조사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가족과 친지 중 조그만 가게라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면 소상공인의 이러한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경제 전체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는 서민 생계와 직결되기에 그냥 덮어두고 갈 수 없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선의의 법이라 할지라도 서민의 생계에 고통이 된다면 마땅히 고쳐져야 할 것이다.

"퇴직금을 털어 꽃가게를 열었는데 소비위축으로 졸업식때마저도 꽃이 팔리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한 지인이 얼마 전 "이제는 못 해먹겠다"며 "문을 닫아야겠다"고 폭탄선언을 하던 일이 기억난다. 안타까움에 앞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관련 단체 일을 하다 보니 주위에 이런 기막힌 사연을 토로하는 이가 요즘 들어 한둘이 아니다. 이른바 '3, 5, 10(김영란법이 정한 금품 상한액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대변되는 김영란법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이제 현실을 보고 냉정하게 판단할 때라고 생각된다. 음식점이 문을 닫아 전국에서 한 달에 3만 명씩 일자리를 잃고 있는 지금 과연 현행 김영란법이 이대로 유지돼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볼 때이다.

국민 대다수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지고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특히 경제 분야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파급이 크다. 최근 정부와 정치,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앞다퉈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다.

이 땅에서 부정부패가 발붙이기 어렵게 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풍토는 국가를 건전하게 발전하게 하고 건강한 경제를 꾸려갈 수 있게 한다. 공정한 경쟁을 갈망하던 대다수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이 환영했던 이 법이 오히려 이들의 목을 죄어버리는 현실이 실로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

경제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정부, 기업, 가계 모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분명 법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 누구나 할 것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 숨통을 틀 수 있게 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한희준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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