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

[이슈&스토리]우리사회 '기부 문화' 되짚기

'범죄 씨앗'된 나눔의 기쁨

'신뢰의 기부' 싹 틔워라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어금니 아빠' 만행 '새희망씨앗' 횡령에 부정적 인식 확산
작년 2천여명 실태조사 비기부자들중 64% 후원한 적 있어
"단체 못 미덥거나 정보없어 더 안한다" 무경험자보다 많아
신뢰 하락·불편한 탓… 모금단체 운영방식 변화 필요 의미

정부 장려책으로 '15% 세액 공제 혜택' 적극적 홍보 지적
"이웃뿐만 아니라 나를 위한 즐거운 나눔" 인식 바뀌어야
활성화·사회문제 해결 위해선 개인 기부행위 초점 벗어나
'외적인 자극·매개자役' 기업·비영리조직 모금활동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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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善)으로 시작된 행동이 악(惡)으로 나타난다면 어떨까. 최근 기부금으로 딸의 치료비를 비롯해 생계를 이어왔을 것으로 알려졌던 '어금니 아빠'의 극악무도한 범행이 드러나면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힐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해 나가는 사람을 돕자"는 뜻에서 모인 돈이 외제차 구매 등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쓰였는가 하면, 범죄에까지 이용돼 자발적인 의미로 시작된 기부 문화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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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8월에는 한 기부단체의 기부금 횡령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모금활동을 펼친 사단법인 '새희망씨앗'은 4년 간 모아진 기부금 128억 원 중 2억 원만을 당초 목적대로 이웃에게 전달했고 나머지 돈을 횡령했다.

단체 운영자들은 횡령한 기부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입하고 요트 선상파티 등을 즐기는 등 유흥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한국 사회에서의 기부 문화가 점점 퇴색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기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기부문화에 대한 현주소를 짚어보고 올바른 기부 문화가 형성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본다.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주최한 2016 Giving Korea에 따르면 2천 500명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15년 한 해 동안 기부를 경험한 사람의 비율은 45.61%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기부 분야별 참여율을 살펴보면 전체 기부자들의 절반이 넘는 58%가 국내 자선 분야에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고, 다음으로 해외구호 분야 22%, NGO 분야 10%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에서 기부는 국내 불우이웃을 돕는 비율이 가장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어 기부자들은 '기부를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를 꼽으라'는 질문에 불쌍한 사람을 위해 기부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0.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남을 돕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9.6%, 시민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응답이 29.3%로 뒤를 이었다.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시작된 기부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시민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이 제공된다면 기부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기부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교육과정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이 잡힌다면 기부에 대한 선호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면 비기부자의 경우는 어떨까. 

 

이번 조사에서 비기부자들 가운데 64%는 일생 동안 기부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과거에 기부를 했던 경험이 기부에 대한 현재의 선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부에 대한 현재의 관심은 기부 경험 유무에 관계없이 비슷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부를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일수록 기부단체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기부단체와 기부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지난해 기부를 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기부의 경험이 없는 사람들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미뤄 기부에 참여했던 과거의 경험에서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성이 하락했거나, 적절한 기부단체를 찾아 원하는 기부를 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서 현재 기부를 망설이는 경향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기부단체의 운영방식에 대한 성찰을 통해 앞으로의 운영방식에 대한 방향이 바뀌어야 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기부문화가 형성되려면

정부는 기부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위로 간주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장려하기 위해 기부금에 대한 세금혜택을 부여한다. 대표적으로 근로소득자들에게 일정 한도 내에서 기부금의 15%를 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제도와 종합소득자들에게 기부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홍보하면서 기부를 독려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해외 원조 등을 통해 남을 돕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전문가들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의 기부 문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정슬기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의 정의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부의 정의에 대해 "'타인을 위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눈다는 것도 맞지만 나눔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행동'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며 "나 혼자의 힘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통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한국 사회의 기부 문화에 대한 사회적 현실을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의 한국사회에서는 개별 시민들의 기부행위나 인식에만 초점을 두고 기부를 해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개인의 기부를 매개하는 비영리단체의 모금 활동과 기업의 기부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며 "대부분의 연구와 모금활동이 개인의 기부 행동에 초점을 두고 기부자 개인의 특성이나 인식 등만으로 여기는 경우가 다반사다. 

 

대부분의 기부가 기업과 같은 외적인 자극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점뿐 아니라 모금활동을 수행하는 비영리조직이 기부를 요청하는 방법 등이 일반 시민들의 기부행위나 기부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부란 사회구성원들이 타인을 위해 또는 전체 사회를 위해 물질적 자원을 제공하는 자발적 행동이다. 자발적으로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행동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비영리조직이 매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해 기부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며 "사회문제나 욕구의 체계적인 해결을 위해 기부자 개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기업, 비영리 단체 등의 모금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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