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해

권성훈

발행일 2017-10-16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101601000646800031132
성찬경(1930~2013)



2017101601000646800031131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모국어로 된 시는 그 쓰임새에 따라서 연과 행으로 구분되며 다양한 짜임새를 가진다. '한―글자'로 형성된 시를 성찬경 시인은 '일자시'라고 호명했다. 글자 하나가 시의 제목이며 동시에 내용이 되는 바, 기호를 최소화 시키면서 그 사이 여백에서 파생되는 의미의 밀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절대적 언어의 전략이다. 과연 '해'라는 일자에서도 시적 함의가 어떻게 산출되는가. 성찬경 시인은 '해'라는 시를 적고 다음과 같은 주석을 달았다. "사람이 경험 할 수 있는 세계에서 단연 왕좌를 차지하는 것이 해다. 세상에 해 보다 더 크고 밝고 고마운 존재는 없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키우는 물리적인 원동력이 바로 저 해임에랴. 이 해를 가리키는 순 우리말 '해'는 해의 모든 것을 다 담고 있다. '해'의 자음 'ㅎ'은 밝음과 높음과 신성함의 표상으로 울린다."고 하면서 "우리말 '해'는 저 고마운 해가 동시에 우리와 친하기도 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민족이 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분명한 이유는, 오늘도 너와 나의 사이를 모국어라는 해가 밝혀주기 때문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권성훈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