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축산, 소비자·시민을 생각하는 어젠다 필요하다

방복길

발행일 2017-10-19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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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복길 이천시청 축산과장
지난 8월 15일은 광복 72주년 이었음에도 신문마다 생경스러운 살충제 계란파동이 대서특필되고, 방송은 헤드라인으로 화면을 채웠다. 해당 55개 부적합 농장이 이름을 올렸고 3회 이상 추가 검사와 2주후 연속 3회 검사에서도 농약성분 검출이 없어야 정상 유통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해당 농가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검사와 발표에 대한 불신을 표시했고 회수 폐기의 행정처분에도 원망을 쏟아냈다. 그러나 그건 바로 닥칠 엄청난 소비자의 결기를 전혀 예단하지 못한 단견에 불과했다. AI발생으로 한때 산지가격이 개당 최고 184원으로 1판에 1만원까지 호가하면서 그나마 개인당 1판으로 제한하는 귀한 입장이었는데 100원대를 넘나드는 처지로 급락해 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밥 주문에서 계란을 빼달라 하고, 반찬에서 계란말이가 빠져도 따지지를 않았다. 부적합 농장의 난각기호 확인은 차치하고 일반 가정 냉장고의 계란도 구입 마트에 환불을 요구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아예 계란 자체에 대한 거부다. 아연한 생산자들이 더는 목소리를 높이기 어렵게 여론은 악화돼 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2015년 건강통계 외래진료에서 우리나라 국민은 연간 1인당 16회로 회원국 중 가장 많이 병원에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건강과 안전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 우지라면, 멜라닌 분유, 고름우유 사건 등 민감한 실례들이다. 때문에 이번 소비자 반응은 당연했고 언론 탓 이전에 축산계가 엄중히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갈 반면교사의 전범(典範)이 됐다. 더욱 축산계는 위기를 기회로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해서 발전시킬 의무가 지워졌다. 또 공장형 배터리 케이지나 스톨 사용을 금지한 유럽식 동물복지농장 확대가 이슈로 비화했는데 설치비용과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형성요인 등 좀 더 깊게 들어가야 할 사안으로 등장했다.

혹자가 건넨 말에 신경이 쓰인 적이 있었다. 주변에 풍경 좋고 집터로 쓸만한 데는 어김없이 묘지와 축사가 있다는 말이다. 이천시의 돼지는 경기도 1위, 젖소는 2위, 한우는 3위 등 그야말로 축산도시다. 사육규모뿐만 아니라 시설과 기술적 측면에서도 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무허가 축사가 전체 970농가 중 68%인 673농가가 부분적으로 해당되고 있다. 2012년부터 정부가 양축농가의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환경부 등 3개 부처가 합동으로 마련한 당면현안이고 과제임에도 그 진척률이 더디다. 국공유지, 임야·하천·도로부지와 연계 등 법적인 문제 등 나름의 사정이 있으나 어쨌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축산계의 큰 과제다. 일각에서 의원 입법발의로 2~3년 유예한다고 좌고우면하는데 어차피 할 일이다.

축산분뇨 악취는 근래 가장 큰 문제이고 골치 아픈 과제로 등장해 있다. 이천시는 2개의 가축분뇨 공공처리장(1일 처리용량350t)이 가동중이고, 신축계획 중인 2개소 포함, 총 650t 규모로 이중 60%인 390t을 처리하고 매년 투자 지원하는 악취 저감시설 10개소 설치 등으로 관내 축산 악취의 80%를 상쇄시킬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나 축협분과 민간분의 민원해소가 관건이다 2011년말 해양투기가 금지된 가축분뇨의 처리는 퇴비(액비)로 90%, 정화처리 8%, 기타 2%로 매년 1천억원이 투자되고 있다고 한다. 축산악취는 축사의 사육환경개선과 인식교육을 병행하고 공공처리장 운영으로 해소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축산분뇨는 사실 토양 생태계 유지개선과 미생물 양식 등 소중한 환경자원이고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10월이다. 철새들이 날아들고 있다. 이천시는 지난 2010~2011년 구제역으로 359 농가의 가축 38만두를 살처분 했고 보상금으로 1,497억원을 지급했고 군인과 공무원 등 수많은 인원이 동원된 혹독한 사회적 비용을 치른 경험이 있다. 지난해와 올6월까지 AI로 35농가 260만수를 처분했다.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긴장 국면이다. 가창오리, 비오리 등이 다 예사롭지가 않다. 농가교육과 예방접종과 농장출입 통제, 주변 여건 예찰 등 할 수 있는 경계성 예방은 다해야 한다. 축산의 육성과 촉진의 시대는 지났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도 요구받고 있다. 또 대기업의 계열화 축산, 동물복지농장, 반려·유기동물 문제, 축산물 유통브랜드 정책 등도 간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담금질이 필요하고 정예화로 축산을 지켜가야 한다.

/방복길 이천시청 축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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