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년의 늘찬문화]숙의 민주주의와 희망의 '내일'

손경년

발행일 2017-10-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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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거리였던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여부는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3개월 동안 '국민 대표'로 선정된 471명의 시민참여단이 집중학습, 숙의과정, 종합토론회를 거쳐 '건설을 재개하되 장기적으로는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무엇보다 이번 시민공론화 과정을 통해 눈여겨 볼 점은 관료와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책결정에서 '수동적 시민'이 아닌 '능동적 시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공론화과정에 참여한 시민들은 서로 다른 주장과 정보, 학술적 근거 등을 학습, 토론하면서 찬성과 반대라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보다 이해와 배려, 합의와 이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물론 공론화를 통해 도출된 결정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민감한 사안에 대한 정치적 회피로 악용되거나 정치적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회의에 맞춰 다큐멘터리 '내일'이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12월에 최초로 개봉된 이래 지속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내일'은 프랑스 배우 멜라니 로랑이 국제환경보호단체 콜리브리스의 창립자 중 한명인 시릴로부터 '네이처'에 실린 논문 '지구 생물권의 상태변동연구'의 내용을 듣고 내 자식이 살아야 할 지구의 기후변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 농업문제부터 출발하고 있다.

대규모농업이 아닌 소규모농업의 생산성에 주목한 미국 디트로이트 사례와 '놀라운 먹거리 거리텃밭' 프로젝트를 통해 소통과 창의성이 무언지를 보여준 영국의 소도시 토드모던의 주민들과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시장의 태도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바람을 이용, 에너지 수입국에서 에너지 독립국을 만든 시민과 시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일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 덴마크 코펜하겐의 사례, 더 나아가 '누가 돈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지역화폐를 통해 이윤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 살리기를 가능하게 한 영국 소도시 브리스톨, 스위스 바젤의 비르 은행의 사례는 지역의 중요성을 재확인해 주고 있다.

농업, 에너지, 화폐 등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동력은 민주주의이며, 부패한 정치인들로 인한 국가파산에 직면하였던 아이슬란드 시민들이 '아이슬란드 프라이팬 혁명'을 통해 대의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시민참여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끌어냄으로써 새로운 민주주의의 미래를 보여준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에서 미래의 민주주의를 위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시민은 교육으로부터 가능하다고 보고 경쟁이 아닌 인생을 준비하는 핀란드 교육방식에서 해법을 찾는다. '내일'은 지구촌에서의 혁신사례를 통해 '편리함이 거세된 미래에 대해 불편함과 음울함으로만 상상'하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의 실천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삶의 변화를 마을에서, 지역에서 가능하다는 유쾌함을 제공한다.

우리는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사업에서 주민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음에도 제대로 된 참여방식이었는지 여전히 갸우뚱해 한다. 그래서 숙의 민주주의 방식의 경험확대와 '미래'에서 보여주는 주민 스스로의 실천적 참여사례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실천욕구의 계기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손경년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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