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청년에게 京畿란… 현실의 목마름&애정의 공간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10-2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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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경기도 20개 대학교 찾아 3401개 의견 모아
미래 고민보다 '현안' 교통·치안 등 관심 커
헐거운 버스·지하철 체계 다양한 활동 제약

뮤지컬등 사회·문화적 인프라 부족도 불만
도내 미술·박물관이나 청년정책등 잘 몰라
적극적인 SNS 홍보 흥미로운 콘텐츠 필요
"20대초 청춘 보낸 곳, 더욱 살고픈 땅 되길"


#2

경기도는 청년에게 어떤 땅일까. 경기정명 천년을 맞아 시작한 경기천년 프로젝트에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이다. 인구 면에서 볼 때 경기도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땅이긴 하지만, 그것이 서울의 접근성 때문인지, 이 땅의 매력 때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 답을 찾기 위해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달 4~27일까지, 약 한달 간 경기도 내 20개 대학교를 돌며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그동안 바라왔던 경기도의 모습을 작은 메모지에 꾹꾹 눌러 담았고, 때로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경기도의 미래를 토론하기도 했다.

그렇게 3천401개의 의견이 모아졌는데, 그 모습이 취업과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찰 줄 알았던 예상과 많이 빗겨 있었다. 경기도 청년들의 고민은 눈 앞의 현실과 맞닿아 있었고,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도 상당했다.

그래서 캠퍼스 투어를 도왔던 각 대학의 '대학생 서포터스'들과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 과연 오늘날의 경기도는 청년들에게 살고 싶은 땅일까.

한양대 서포터즈로 활동한 학생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한 달여 간 도내 20 곳의 대학교를 다니며 경기도 청년들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청년, 삶의 질은


강남대와 한양대에서 만난 서포터스 학생들에게 '경기도에 바라는 것'을 묻자 가장 먼저 나온 답이 '교통'이었다. 실제로 캠퍼스 투어에서도 학생들은 '교통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제일 큰 문제로 꼽았다. 이것은 경기도에 거주하든, 경기도 외 지역에 거주하든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제였다.

도시 전체에 지하철과 버스가 촘촘하게 망을 이루고 있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 교통체계는 헐겁기만 하다. 경기도 관내라고 해도 시와 시를 잇는 교통편이 부족하고, 서울에서 오가는 교통편 역시 비싼 요금문제가 거론됐다.

용인에 소재한 강남대 서포터스 권다솔(23) 학생은 "우리 학교의 경우, 서울에서 통학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광역버스가 다녀 다른 학교에 비해 통학은 수월하지만 한 달에 교통비만 10만원 가량 들어 부담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경기도 버스 배차간격이 크고, 종료 시간도 빨라 대학생의 생활패턴과 맞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서포터즈 권하윤(20)씨는 "안산 지하철역에서 학교로 오는 버스가 2, 3대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배차간격이 20, 30분이다"며 "안산에서 도내 다른 시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찾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교통 문제는 단순히 통학이 불편하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에 나가기 전,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양대 서포터스 이건희(20)씨는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많은데, 대부분 서울에 집중돼 있고, 도내에서 하더라도 교통이 불편해 이동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제로 거리상의 문제로 활동을 그만둔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 간 교류도 쉽지 않다. 시간과 거리, 비용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학외 활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했다. 교통은 사실 경기도의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무관심 속에 방치된 문제가 청년에게 '포기'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꼽은 또 다른 현실은 사회·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기도 대학생들이 학교 앞을 나섰을 때 즐길 수 있는 문화(?) 시설은 노래방과 당구장 뿐 이다.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학생들은 문화적 갈증을 호소했다.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고, 심지어 먹는 것조차 한정됐다는 볼멘소리들도 나왔다.

강남대 서포터스 김성훈(24)씨는 "무조건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경기도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공부는 경기도에서 하고, 노는 건 서울 가서 논다'는 게 진리처럼 여겨진다"고 말했다.

심지어 병원, 약국 같은 기본적인 의료시설이 부족해 학교 보건소가 문닫는 야간 시간이나 주말에 불편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학교 도서관이 아닌 지역의 다른 도서관을 찾으려 해도 대부분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있고, 그 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학내 커뮤니티에는 '치안이 불안하다'는 호소 글이 늘 올라온다. 실제로 캠퍼스 투어 조사 결과에서도 학생들은 대학가 치안 불안을 문제로 지적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과연 학생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어떤 수준일까 걱정됐다. 경기도에서 공부하면서 꿈을 키우라고 대학을 지었는데, 과연 경기도는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일까.

4. 이동식플랫폼과 캠퍼스투어 전경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한 달여 간 도내 20 곳의 대학교를 다니며 경기도 청년들의 오늘과 미래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기문화재단

■무관심이 낳은 청년과의 거리

학생들에게 '경기도 청년 정책 중 아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청년 통장' 외에는 대부분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아마 청년과 관련된 정책이 없을 것이다. 있다면 벌써 찾아서 받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각 지역에 세워진 문화재단과 미술관, 박물관, 주민센터, 도서관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들의 존재도 잘 모르고 있었다.

직접 만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엔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문화의전당, 성남아트센터, 의정부 예술의전당, 안산예술의전당 등 큰 문화시설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가본 적이 없거나 과제 때문에 한 두번 가본 것이 전부였다.

학생들은 "서울의 문화시설들은 SNS를 통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화제가 될 만큼의 내용물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기도에 있는 문화시설들은 그 존재조차 있는지 모를만큼 홍보가 전무하고, 청년들의 호기심을 끌만 한 콘텐츠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플리마켓, 주제별 소규모 축제가 자주 열리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유적지를 활용한 전통축제가 다수라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문화적 다양성을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간 끝에, 졸업 후에도 경기도에 계속 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 물었다.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각 학교의 서포터스 학생들은 "그래도 20대 초반, 청춘을 보내고 있는 공간이라 분명히 애정이 있다. 무엇보다 이번 활동이 기뻤던 점은 우리의 목소리에 경기도가 귀를 기울여 주었고, 이것을 정책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경기도가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 청년들과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청년들이 살고 싶은 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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