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원근상취: 멀고 가까운 곳에서 서로 취한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7-10-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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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전통에서는 지금처럼 나뭇가지가 옷을 벗어버리는 시기가 되면 초목이 자기의 뿌리로 돌아가는 시절이라 하여 조상에게 시제(時祭)를 지냈다. 같은 조상에서 나온 친족 간의 멀고 가까움을 숫자로 나타낸 것을 촌수라고 하는데, 부자간은 1촌이고 형제간은 2촌이고 부부간은 무촌이라고 하는 등의 숫자체계이다. 촌수는 혈연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의 멀고 가까움을 표시한다. 예전과 달리 혈연관계를 토대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닌 현대에서는 전통적인 촌수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 대신 혈연 상으로는 아무 관계도 없는 사이가 더 친절하게 느껴진다.

먼 친척이 이웃사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멀고 가까움이라는 원근(遠近)의 잣대가 상호간 호응과 도움의 성공여부로 직결되지 않는다. 멀리 있어도 호응과 도움이 잘 이루어질 수도 있고 가까이 있어도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주역에서는 바로 가까운 지점에 있는 관계를 비(比)라 하고 멀리서 호응하는 관계를 응(應)이라 한다. 이 둘은 도움과 호응이다. 가장 비극적인 관계는 가까운 사이인데도 도움과 호응이 없는 경우인데, 지금이 그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시대이다. 그래서 부모형제 간에도 살벌한 기운이 오고 간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중요한 것은 상호간의 호응과 도움이다. 멀리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지면 좋은 것이고 가까이 있어도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近而不相得) 좋지 않은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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