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무엇이 중요한가

장미애

발행일 2017-10-2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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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친구 다 포기할순 없지만
우선순위 정하고 삶 균형 맞춰야
온 국민이 일주일에 한끼 정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먹고
담소 나누며 행복 느끼길 소망
적어도 밥 같이 먹어야 식구니까


장미애 변호사
심리학자가 쓴 '행복의 기원'을 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식사를 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최대 행복이라고 한다. 요즘은 혼밥, 혼술 등이 널리 퍼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밥은 모여서 먹어야 제 맛이다. 양푼에 열무김치와 고추장을 넣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비벼먹는 비빔밥이나, 캠핑장에서 구워먹는 삼겹살과 소시지도 그 맛 자체보다 같이 먹는 사람들이 정겨워서 더 좋은 것이다.

"학교는 지각해도 밥을 굶어서는 안 된다"는 부모님 말씀 덕분에 고등학교 시절, 지각은 해봤어도 아침식사를 거른 적이 없었다. 온 가족이 아침과 저녁 거의 매번 머리를 맞대고 둥근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던 추억이 바로 어제 일 같다. 먹을 땐 국물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엄격한 집안도 있었겠지만 우리 가족은 조잘조잘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서로 경쟁하듯 이야기하기 바빴다.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정치적인 이슈나 뉴스 거리가 있을 때 서로의 의견이나 생각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가 있었다. 때론 새 운동화가 필요한 이유를 대면서 부모님을 설득하고, 용돈 인상을 협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요즘 세태는 어떠한가. 애들은 애들대로 학원 가느라 바쁘고,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회식과 모임에 각자 바쁘다보니 온 식구가 다 모여 식사를 하는 날이 과연 일주일에 몇 번이나 될까. 심지어 애들은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는 차안이나 길가의 편의점에서 김밥이나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급하게 도시락을 먹는 애들도 있다니 밥상머리 교육은커녕 소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가족끼리 외식을 하는 것에서도 예전에 볼 수 없던 매우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담소를 나누기보다는 각자 게임이나 문자 하느라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과연 같이 밥을 먹는다고 할 수 있을까. 끼니를 때울 뿐 소통이나 교감이 전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얼마 전 한 지긋한 신사분이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분은 대기업 영업사원 출신인데 젊은 시절 주말도 반납하며 늘 야근을 하거나 골프 접대 등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 가족들과 식사나 여행도 못하고 애들 입학식이나 졸업식 등 행사에도 거의 참여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은퇴를 했는데 낮에 집에 있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식구들과 같이 있어도 공통 관심사가 없어서 그런지 가족들이 자신만 왕따를 시킨다고 이를 어쩌면 좋으냐고 묻는다. 베이비붐 세대들 중 많은 가정이 겪고 있는 고민이다. 젊을 때 일 때문에 바빠 아이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아빠는 나이가 든 후, 아이들 곁에 있고자 해도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은 친구나 애인 만나러 간다고 나가버린다. 타이밍이 왜 이리 안 맞을까.

"뭣이 중헌디?" 라는 영화의 대사가 한때 유행했었다. 과연 우리는 왜 일을 할까, 내가 원하는 삶이 이게 맞는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일까 등등 늘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하면서 사는 사람과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일에 너무 열심인 것도 좋지만 아이와 공 던지기를 하거나 공개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기는 아주 잠깐뿐이다. 일, 가족, 친구 다 포기할 수 없지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아침을 주는 회사가 좋은 회사고, 저녁까지 주는 회사면 더 좋다고 하지만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는 사실 시대와 역행하는 회사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주는 회사가 야근해서 돈 많이 주는 회사보다 인기 있으면 좋겠다. 온 국민이 일주일에 몇 끼 정도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밥 먹고 담소를 나누며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적어도 밥을 같이 먹어야 식구니까. 또 아빠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이 졸업식에 간다며 당당히 말하고 휴가를 낼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무엇이 중요한지 아니까.

/장미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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