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산책·(16)벼꽃]자연의 시, 벼의 노래 '농부의 米學'

김성주 기자

발행일 2017-10-2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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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카메라, 숭고한 노동 찬가
한톨 쌀로 탄생·죽음 주제 담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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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볍씨에서 볏단에 이르는 벼의 생애를 담은 영화 '벼꽃'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과 농부들의 숭고한 노동에 대한 예찬을 담고 있다.

세밀한 곳에 놓인 카메라의 시선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밥풀처럼 보이는 하얀 벼꽃과 강처럼, 바다처럼 보이는 논의 표면, 조용히 논두렁 곁에 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 찰박거리는 물에 비친 햇살의 눈부심과 뿌연 수면 아래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벼, 농부의 걸음이 모두 하나가 된 듯 느껴진다.

농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동할 동안 벼들도 자연과 공존하거나 투쟁하면서 자란다. 오정훈 감독도 그들 곁을 지키면서 관찰하고 기록한다.

이 단순한 행위로 벼꽃은 인내와 끈기 외에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마른 땅을 갈아엎고 물길을 열어 놓아 논이 돼가는 과정을 통해 이 영화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반복과 순환의 주기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과정을 단순히 알아가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에 숨겨진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주하게 된다.

소비와 유통이라는 사회 시스템에 의해 위협받더라도 재배와 생산은 반복될 것이라는 소박하지만 위대한 진리가 이 다큐멘터리의 근간을 이룬다. 시적 아름다움과 자연의 리듬감,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명확한 진리를 느낄 수 있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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