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삶을 위한 개혁

신승환

발행일 2017-10-3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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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담대한 개혁은
보편적 권리·체제 전환 요구
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
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
안보·사회·우리삶이 실존하기에
평화는 정의없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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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일 년이 지났다.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불러도 좋은 것일까. 이는 촛불의 요구가 얼마나 우리 사회와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 또 얼마나 지속적으로 유효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묻는 것과 같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애매하다. 우리 일상은 그전보다 나아졌는가.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요구는 얼마나 이뤄졌는가.

겉으로 볼 때 최고 통치권이 바뀌었고, 그 핵심 권력이 교체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큰 권력을 지닌 두 사람이 투옥되었다. 통치권은 바뀌었을망정 그 체제와 시스템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안위에 더 관심이 많다. 법과 언론이 바뀌었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으며, 국민 여론을 조작하고 시민의 의사를 왜곡하던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국가에 엄청난 부채를 안겨주었던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은 이 모든 범죄의 원천인 듯 하지만 여전히 생떼를 쓰고 있다. 노동에는 어떠한 변화도 감지되지 않는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의 개혁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무너지는 공교육과 교육현장의 개혁은 전무하다. 대학을 통제하는 교육부는 한 치의 변화도 없다. 다만 통치권자가 바뀌었을 뿐이다. 야당이 여당이 되었지만 국회는 여전히 시민권과는 무관하게 움직인다. 결과의 부당함을 심판하고 정의를 말해야 할 법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수없는 노조의 외침에도 언론의 반언론적 작태는 계속되고 있다.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의 성과에 힘입어 그 자리를 차지한 이들은 권력의 달콤함을 누리고는 있지만 어떠한 개혁을 시도하고 있는가. 누구는 이렇게 말한다: 개혁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권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외교상황이 급변해 개혁에 힘을 솟지 못한다. 국회가 가로막고 있어 제도개혁 입법이 어렵다 등등. 그래서 마침내 이제 안보가 위중하니 협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 촛불을 든 시민은 개혁을 요구하는가? 왜 적폐청산을 말하는가. 왜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감추려는 협치란 말의 꼼수를 거부하는가. 촛불이 말하는 개혁은 이 나라와 이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에 대한 요구이다. 시민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이 나라와 우리 삶을 왜곡하고 억압하는지, 왜 불평등과 불의가 만연하는지, 부패와 부정이 왜 척결되지 않는지를. 그래서 그것을 조장하는 체제와 제도, 그 시스템을 개혁하라고 외친다. 집단적 사익을 추구하는 정치 경제, 그 권력과 자본이 우리 삶을 헐벗게 하기에 그런 부정과 불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외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요구에 힘입은 이들이 이제는 좌면우고하면서 그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요청에 눈 감고 있다. 안보와 협치를 말하는 자, 힘의 안배를 말하는 소리는 결국 개혁을 거부하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불의와 부정이 척결되지 않은 채 참다운 삶은 불가능하다. 올바른 사회는 공공성과 공동선이 지켜질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시민의 일상은 공동선과 함께 시민 정신이 드러날 때만이 제대로 이뤄진다. 체제 개혁은 이를 위한 최소한의 변화와 척결 없이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현재의 부조리와 불의는 제대로 된 처벌과 단죄가 없었기 때문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식민주의에 부화뇌동했던 반인륜범들이, 독재정권에 빌붙어 있었던 반 시민 세력이, 지난 정권의 불의와 부패에 힘입어 부와 권력을 차지했던 범죄자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서 얼굴을 바꾼 채 내뱉는 현란한 유희를 척결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그 어두움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미흡한 청산은 역사를 비극으로 되돌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 그대로 담대한 개혁을 남김없이 계속해가는 일이다.

이 개혁은 보편적 권리와 체제 전환이란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지금 이곳의 정의와 올바름이 지켜질 때만이 외부의 적에 맞설 수 있다. 평화는 정의 없이 불가능하다. 그 평화는 안보의 평화이자 사회의 평화이며, 우리 삶과 실존의 평화이기도 하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개혁이 촛불을 인간적 혁명, 인간을 위한 혁명으로 이어가게 할 것이다.

/신승환 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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