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91]죽음과 예술철학과 장르문학

경인일보

발행일 2017-11-0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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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장르문학의 또 다른 본질은 죽음의 예술이라는 점이다. 추리소설은 살인과 죽음 같은 범죄가 필요하다. 심지어 추리소설/범죄소설을 정치경제학의 맥락에서 다룬 에르네스트 만델의 저서 제목은 '즐거운 살인(delightful murder)'이다. 무협소설은 어떤가. 수많은 죽음이 있고, 살인이 발생한다. 공포문학은 한 술 더 떠 끔찍한 죽음을 묘사하고, 독자들은 이 피의 사육제를 즐긴다.

'감정이입'의 개념을 창안한 빌헬름 보링거(1881~1965)는 예술을 양식사가 아닌 심리학으로 다룬다. 그는 예술이 추구하는 정신세계와 종교의 초월주의 모두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이기려는/잊으려는 인간들의 행위로 본다.

불안이 고딕예술을 창조하고 구원에 대한 염원을 담아냈듯 예술의 근원을 죽음의 공포를 이겨내려는 불안 심리의 발명품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예술에 내재한 감정이입의 충동은 아름다움에서 미적 만족을 찾음으로써 죽음을 이겨내려는 긍정의 감정이고, 추상충동은 심리적 불안으로 인해 삶의 조화가 깨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고도의 정신활동 곧 부정적 감정이입이다.

감정이입은 대개 모방의 구상예술로, 추상충동은 고도의 추상예술로 표출된다. 예술사와 종교사 모두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불안과 권태를 이기려는/잊으려는 공통점을 갖는다.

놀이를 인간의 본성이자 문화의 원천으로 본 요한 호이징가(1872~1945)의 입론도 따져보면 죽음과 관련이 있다. 스포츠 관람·장르문학 읽기·놀이는 재미와 즐거움으로 공포와 불안 등을 잊기 위한 행위이며, 이때의 재미와 즐거움은 결과의 '불확실성'과 플롯의 '긴장'에서 생겨난다.

장르문학 역시 죽음과 불안과 무료를 달래려는 대중예술로서 이야기들이 다 '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속아주는 독자들의 '불신의 자발적 중지'로 성립된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의 불안 및 권태를 박진감 넘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몰입하고 망각 하게 하는것이 장르문학의 또 다른 본질이다. 그런데 재미와 흥미를 만들어내는 장르 규칙을 완성하자마자 그 규칙이 하나의 절대적인 질서로 돌변하는 순간 장르문학이 탄생된다.

죽음 이후에 영생과 영원한 안식이 있다는 기독교와 죽음 이후 자신의 마음가짐과 업에 따라 윤회한다는 불교의 교리들 나아가 감정이입·몰입·흥미 등의 심미적 체험을 추구하는 문학-예술과 장르문학 모두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삶의 무료를 달래기 위한 정신의 발명품들이다.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 정답은 없으나 죽음에 대한 바른 이해와 자기철학은 행복한 삶을 위한 대전제다. 죽음은 인생과 장르문학의 영원한 테마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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