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대기업 넘어선 공무원 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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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남매 가운데 큰형과 작은형, 작은 누나가 공무원을 했다. 73년 9급(서기보)으로 공직에 입문한 큰 형의 초봉은 고작 2만원 정도였다. 당시 공무원 초봉은 쌀 2~3 가마 값이 기준이었다고 한다. 공무원 급여에는 늘 '쥐꼬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밤에도, 휴일에도 출근해야 하는 격무에 시달렸지만 월급 봉투는 늘 얇았다. 그래도 꼬박꼬박 나오는 게 위안이었다. 중학교 때, 야근하고 돌아온 작은 형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70년대, 시골 면서기들은 몸과 마음이 다 시렸을 것이다.

생전에 아버지는 "공무원 하면 남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 밥 굶어 죽을 일은 없다"고 했다. 형들과 누나가 공무원이 된 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인 듯하다.

공무원들이 퇴직 전까지 받는 임금 총액이 민간기업보다 최대 8억원 가까이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신력 있는 한국경제연구원 발표다.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높고, 퇴직하는 나이도 늦기 때문이라고 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공무원 수뢰사건이 터질 때마다 등장한 게 싱가포르 얘기였다. 국내 신문과 방송은 '싱가포르처럼 공무원들의 월급이 대기업보다 많아야 엉뚱한 생각 안 하고 일만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어느새 공무원들의 처우는 개선됐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인 직장이 됐다. 연구원 결과는 '공무원 임금 수준이 대기업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면 공무원 노조는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9급 초봉이 140만원에도 미달한다며 '이게 많으냐'고 반문한다. 비교 대상부터 잘못됐다는 말도 나온다.

수십만 명 취업준비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현실이 됐다. 공직사회가 맑아졌다지만 감사원은 여전히 바쁘다.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은 바람직하다. 우수 인재가 기업이 아닌 공직에 몰리는 게 꼭 나쁜 일은 아니다. 안정적인 지위와 좋아진 처우에 맞는 역할을 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공무원들이 밥값을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공직사회가 답할 차례다.

/홍정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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