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영화 산책·(17)일]빈자의 빈자에 대한 슬픈 투쟁 '철거'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11-02 제17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KC_일_스틸1(메인)

재개발 지역 건설용역의 시선
도시빈민 열외된 모습과 닿아


2017110101000046300000652
거칠게 때려 부수고, 사납게 몰아붙인다. 단순히 그에게 부여된 '일' 일 뿐인데 건물 벽은 무참히 찢겼고 사이사이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어느날 밤, 이미 폐허로 돌변한 재개발 지역의 부서진 건물 공간을 카메라가 정신없이 쏘다닌다. 화면은 재개발 지역의 밤 풍경과 건물이 철거되는 낮의 현장을 교차해 부서진 풍경과 소음, 철거 용역들의 거친 몸짓을 기록했다.

제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젊은 기러기상'을 수상한 박수현 감독의 '일'은 2011년에 벌어졌던 상계 4동 철거 현장의 과거와 현재를 카메라에 담았다. 또 당시 건설용역으로 일했던 '그'의 시각에서 다룬 독특한 영화다.

도시 재개발은 세련된 도시외관을 바라는 대중의 욕구와 땅을 소유하고 재산을 증식하려는 욕망 등이 함축된 응축물이다. 영화는 이 욕망의 어느 편에도 흡수되지 못한 두 계층 '용역인부'와 '도시 빈민'을 품는다.

쓰러져가는 공간을 다시 찾아 당시 만났던 도시 빈민의 모습을 담담하게 증언하는 '그'의 시선은 열외된 자들의 절망과 비관에 맞닿아 있다.

사실 그 자신도 내몰린 빈민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자본 시장은 이미 정상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 속에서 용역노동자와 도시 빈민의 모습은 마치 일란성 쌍생아와 같이 서로를 투영한다. 영화는 다소 미숙하고 또 거친 감이 있다.

그럼에도 약자를 향한 따뜻함을 보이면서도 반면에 냉철함이 눈에 띄는 감독의 시선은 보는 이를 먹먹케 한다. 젊은 감독이 지닌 '사회를 보는 냉철한 시선'과 '대상을 향한 무한한 열정'은 지금 이 시대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아닌가.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DMZ국제다큐영화제 제공

공지영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