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단톡방의 유혹

김신태

발행일 2017-11-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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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지시·내용 공유 '순기능' 무시 못해
'역기능' 감안 "규제" 목소리 여전히 높아
기본 틀에서 상황 맞게 효율적 운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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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는 물론 문자 메시지 등 하루 동안 쉴새 없이 울리는 수신음. 평일은 물론 휴가 중이라도 이 수신음에서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이를 애써 무시하다가는, 또 '확인'을 안 했다가는 중요한 일인데 왜 '확인'을 하지 않았느냐는 '핀잔(질책)'을 듣기 일쑤다.

확실하게 전화 통화로 한다면 일의 '경중(輕重:가벼움과 무거움)'을 따지기 쉽겠지만 카톡이나 밴드, 문자 메시지 등에 올라와 있는 문자(글)로는 일의 '경중'을 따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도구인 '단톡방'이 이제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반대로 '족쇄'가 되고 있다.

단톡방을 이용해 업무지시를 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근로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정치권 등 일부에서는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대표적인 단톡방의 하나인 카카오 측에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 협조 요청을 했다. 그리고 저녁 늦게 보내는 업무지시 메시지가 아침에 전달되는 '예약 전송'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퇴근 후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기능 개선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미 채팅방별 알림 관리, 단체 채팅방 탈퇴 및 재초대 거부 등의 기능이 있다"고 답하면서 정부의 요구 채택은 쉽지 않게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메신저 사용 현황과 메신저 단체채팅방(이하 단톡방)에 대해 20~50대 성인남녀 1천 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도 같은 분위기다. "단톡방에서 나가고 싶었으나 못 나간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70.8%로 조사되는 등 사용자의 약 70%가 메신저에서 쏟아지는 과도한 대화와 정보 때문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톡방에서 나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그 이유에 대해 절반 정도(48.7%)가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할까 봐"라고 밝혔다.

전제 조사 대상의 64.7%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초대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52.5%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단톡방에 초대되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70.4%는 "단톡방을 사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고 답했음에도 79%가 직장동료나 업무관련자가 있는 단톡방의 경우 공적인 공간으로 인식한다는 것에 대해 주목해야 했다.

단톡방을 '사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는 곳이 아닌 '업무 지시 또는 공유'를 하고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이를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단톡방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동안 업무 지시 또는 업무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던 차에 단톡방이 생긴 것은 희소식이다. 이처럼 일부 관리자들은 '단톡방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일일이 개인마다 전화를 걸어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되고, 또 다수의 사람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단톡방에 대한 '역기능'을 감안,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업무 특성상,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단톡방의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회적 논의를 통해 '단톡방'의 일률적인 제한 보다는 기본적인 틀에서 상황에 맞는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김신태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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