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400m金 오세라 선수 '스승' 김원협 김포시청 감독]최고 전성기 질주 "굳세어라, 오세라"

김우성 기자

발행일 2017-11-02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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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라(사진 왼쪽) 선수에게 김원협 감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오 선수와 김 감독이 호흡을 맞춘 시기, 김포시청은 스포츠정신의 상징으로 국내 여자육상 최정상팀이 됐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7종경기로 실업생활 시작 '좌절과 설움'
9년전 김 감독 '의지·잠재력' 주목 영입
1600mR 한국신기록 등 육상 간판 성장
"끝까지 믿고 기다려 준것에 보답" 미소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최근 폐막한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일반부 400m 금메달리스트인 김포시청 육상팀 오세라(31) 선수에게 트랙은 '집'이었다. 안성 출신으로 초등학생 시절 또래보다 훌쩍 키가 자라 맨 뒷줄을 차지했던 그는 친오빠의 동네 친구였던 코치의 제안을 받고 14살 때 육상에 입문해 한 번도 트랙을 떠나본 적이 없다.

삶의 재미를 추구할 것도, 욕심을 내야 할 것도 없이 트랙만 밟으면 푸근했다. 만으로 서른, 단거리 육상선수로 진작 은퇴했어야 할 나이라고들 하지만 여전히 금빛 질주를 하고 있다.

오세라에게 육상은 '바람'이었다. 고교 졸업 후 7종경기 선수로 처음 실업팀에 입단해서 좀처럼 기록을 내지 못했다. 정직하게 땀 흘려가며 자신과 싸우는 육상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팀에서는 첫 계약기간 2년을 마치며 재계약을 원치 않아 했다.

설움을 견디던 그에게 따뜻한 손을 내민 건 국내 최고참 코치이자 '국가대표 제조기'라는 별칭이 따르는 김원협(67) 김포시청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1등 선수는 데려오지 않는다'는 남다른 지도 철학의 소유자였다. 김 감독이 주목한 건 오로지 선수들의 의지와 잠재력이었다. 지난 2008년 김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 줄 재목으로 오 선수를 콕 집어 영입했다.

영입 이듬해, 오 선수는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 여느 때처럼 7종경기에 나서는 줄 알고 경기장에 갔다가 400m 명단에 이름이 오른 걸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오 선수는 갑자기 종목을 바꾼 이 대회에서 덜컥 동메달을 따냈다. 자신을 내쳤던 팀 소속 선수들을 예선에서 연거푸 제압하자 김 감독은 그저 미소로 제자를 바라봤다.

이후 오 선수는 각종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고 국가대표로 인천아시안게임에 나서 1600m 계주 한국신기록을 세우는 등 10년 가까이 한국 여자육상의 간판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오세라에게 감독선생님은 '친구'였다. 지난해 크게 다쳤을 때 김 감독은 오 선수를 억지로 이끌고 꾸준히 산을 오르며 곁에서 재활을 도왔다. 김 감독은 궁금한 걸 해결해 주고 용기와 위안을 주는 존재였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할 건 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해준 것도 감독선생님이었다.

김 감독은 "오세라는 육상에 소질을 지닌 선수는 아니었다"며 "스스로의 노력이 오세라를 만들었다"고 제자에게 공을 돌렸다. 이에 대해 오 선수는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신 데 대해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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