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 세상]이가난진(以假亂眞)

고재경

발행일 2017-11-1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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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이가난진(以假亂眞)은 가짜가 판을 쳐 진짜를 힘 못쓰게 만든다는 뜻이다. 즉 거짓이 진실을 뒤흔드는 현상을 말한다. 이가난진은 '악화가 양화를 몰아낸다'는 그레샴의 법칙을 연상시킨다. 가짜가 진실을 영원히 호도할 수 없다. 언젠가 대부분 가짜의 정체가 탄로 나고 진실이 승리한다.

신신애가 부른 '세상은 요지경'(작사:조명암, 신신애 작곡:박시춘) 노랫말에서 이가난진의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돌아가는 세태에 대한 화자의 첫마디는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요지경 속 세상은 천태만상의 세태를 비유적으로 지칭할 때 주로 사용한다.

인용한 곡목 가사에서 요지경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화자는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은 각자 '잘난 대로' 그리고 '못난 대로' 산다고 갈파한다. 더 나아가 '내 말 좀 들어라' 다그치며 '짜가'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 질책 한다. '짜가'란 가짜를 일컫는 속어로서 거짓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어떤 의미에서 화자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가 횡행하는 우리사회의 뒤틀린 흉측성을 정면으로 공박하고 있다. 갈수로 가짜와 진실을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게 우리의 현실이다. 화자는 인간의 삶은 '칠팝십년'이고 인생은 '화살같이 속히 간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람은 주어진 시간 안에서 가짜 일색인 요지경의 심각한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함을 역설한다. 이는 삶의 진실을 왜곡시키고 가짜가 만연하는 이가난진의 폐해를 유의해야 하는 당위성과도 맞닿아 있다.

힙합 가수 빌 스택스가 부른 '가짜'(작사/작곡:빌 스택스) 노랫말은 가짜가 판치는 이가난진의 세상을 모멸적 시각에서 묘사한다. 화자는 진짜와 가짜를 판별하기 힘든 세상을 '가짜 인간형'으로 꽉 들어찬 세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가짜 인간형' 세상의 유혹은 달콤하기 마련이다. 팔랑귀 가진 사람은 귀가 솔깃하여 가짜에 속기 용이하다. 따라서 화자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질끈 '두 눈을 감자'라고 하소연 한다.

온라인이나 스마트폰 등 사이버를 이용해 모조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는 마네킹처럼 성형미인으로 넘실거린다. 대한민국은 '성형공화국'이라고 비아냥 받기까지 한다. 화자가 오죽하면 '이태원 가면 깔린 이미테이션'이 넘치고 '강남가면 인간 마네킹'이 범람하고 있다고 조롱하겠는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일부이긴 하지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갖 가짜 '명품' 브랜드로 치장한 인간 군상들을 힐난한다. 욕망이란 이름의 '가짜'와 '유혹' 덩어리들! 가식과 위선 그리고 '있는 척 예쁜 척 호들갑' 떠는 허세! 심지어 '말끔한 얼굴과 정장차림'의 대한민국 건장한 오빠가 '호빠'(여성 상대 유흥업소 호스트바 줄임말)로 출근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화자는 '내면 속의 아름다움'인 진실을 호도한 이러한 거짓 사회를 신랄히 책망한다.

진솔하지 못한 하루의 삶을 과대포장하고 그 일이 습성화 되면 거품이 인다. 속 빈 강정처럼 알맹이 진실이 사라지고 껍데기 거짓만이 부풀어 오른다. 가짜와 진짜의 전쟁터에서 참이 거짓에 의해 가려지고 있지 않은지 냉철히 살펴볼 때이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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