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뮤지엄 파크와 보르게세 미술관

김민배

발행일 2017-11-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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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이 담긴 작품과 시대정신 유물
수천년 지혜·역사 간직 '보르게세'
인천 문화예술 역사 전환점 될
'뮤지엄 파크' 삼류 미술·박물관
전락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
정치인들 선거용 배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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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뮤지엄 파크. 인천 학익동에 시립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문화시설 등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때문일까. 내년 8월까지 타당성 검토 용역이 진행 중인데도 의견수렴과 현장설명회 형식으로 그 모습이 서둘러 공개됐다. 아무튼 시립미술관이 없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이다. 접근성과 협소함에 지친 박물관에도 좋은 소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보면서 걱정이 앞선다. 한곳에 박물관과 미술관 그리고 문화산업시설을 집중해 조성하는 사업이 전국 최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콘텐츠 빌리지 등을 합쳐 5만809㎡를 건설하는 구상안이 제시되었다. 총사업비는 2천853억원 내외. 국비 590억원, 시비 894억원, 민간투자 1천369억원 등이다. 토지는 용현학익지구를 개발하는 (주)DCRE가 기부채납을 했다. 성패의 관건은 국비확보와 민자유치 여부이다.

그러나 문화예술이나 역사보다 토건사업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건축한 다음에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물론 용역의 초기 구상단계라서 그렇겠지만 정작 중요한 미술관의 소장품이나 박물관의 유물구입 등의 예산이나 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건축 계획은 그 자체가 작품이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정신과 어떤 소장품으로 시민들을 맞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술관의 성격과 박물관의 역사성에 대한 언급이 생략된 뮤지엄 파크 구상안을 보면서 지난 추석 때의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이 생각났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논란이 되고 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별도로 전시되어 있었다. 소장하게 된 기록 등과 함께. 진품여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데 다른 작품은 사진촬영이 되는데도 소송관련 기록 자료나 그 작품에 대해서는 촬영이 안된다는 것이다. 왜 무엇 때문에 전시하고 있는지. 미술관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당당하게 전시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한 의문은 용산 국립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교문화재나 기증유물을 제외하면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지 않았다. 물론 두 건물 모두 외형은 대단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전시작품이나 유물 등은 건물에 걸 맞은 것일까. 인천의 뮤지엄 파크가 기존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단계적으로 건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건축과 함께 작가들의 작품 구입이나 주문 제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작품과 작가의 위대성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운명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도 로마패스로 11월 1일부터 시작된 보르게세 미술관(Galleria Borghese)의 베르니니(G. L. Bernini) 특별전을 보았다. 22유로에 사전예약. 15분 전 도착에 2시간 관람. 그러나 연일 매진이었다. 베르니니의 작품은 환상 그 자체였다. 진한 감동을 간직하기 위해 작품집을 39유로에 구입했다. 다비드를 표지로 내세운 보르게세는 베르니니가 미켈란젤로에 결코 뒤지 않는 작가임을 알려주었다. 로마의 고전 미술관(Barberini Palace)에서의 아르침볼도(G. Arcimboldo) 특별전이나 피렌체의 우피치(Uffizi Gallery)도 감동을 선사했다.

왜 사람들이 작품을 보며 경탄을 하고, 긴 줄을 마다하지 않는지. 바티칸의 최후의 심판이나 성화들을 보면서도 그런 천재적인 예술가를 배출한 이탈리아가 부러웠다. 그러나 그들 뒤에는 종교든 국가든 후원자들이 있었다. 반도의 특성상 전쟁과 약탈이 반복된 과정에서 흩어진 작품과 유물을 모아낸 후손들의 지혜와 행동이 있었다. 예술가들의 혼이 담은 작품과 시대정신이 담긴 유물 그리고 수천 년의 지혜와 역사가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

인천의 문화예술과 역사에 전환점이 될 뮤지엄 파크가 삼류급 미술관이나 박물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선거용 건축을 배제하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과 정신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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