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모두가 '이주민'… 갈등속에서도 '장밋빛 도시'를 그리다

시흥·안산 산업지 양평·여주 도농복합지의 '바람'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11-1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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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둘 떠나가고 흘러드는 사람들의 공간
정착시간 짧지만 '삶터' 관련 논쟁 뜨거워

'낙후' 시흥 '회색빛' 안산 이미지 낙인 거부
외국인 거주많은 곳 차별·편견 철폐 의견
양평·여주 주민 곳곳 벌어지는 '불법' 경계
무분별 건축개발 공무원 더딘 일처리 '불만'
결국 '살기좋은 우리 지역' 향한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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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떠났다. 더 나은 삶을 찾겠다고 하나둘 마을을 떠났다. 밭을 일구고 논을 매던 노쇠한 부모만 마을에 남았다. 그렇게 젊은 자식들이 떠나 활기를 잃은 마을이 경기도 안에 여럿 있었다.

사람들이 다시 돌아왔다. 떠난 이들이 돌아오기도 했고, 새로운 터전을 찾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했다. 어느 마을은 그 모습이 완전히 변했다. 맹꽁이, 저어새가 살던 자연을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검은 연기 나는 산업공단을 껴안았다.

시흥, 안산, 화성 같이 경기만을 끼고 있는 연안도시는 한국제조산업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했다. 고향은 물론 국적이 다른 사람들까지, '먹고 사는'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해 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최근의 현상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그 옛날의 마을이 그리워 젊은이들이 속속 마을로 모여들어 살림을 차렸다. 양평, 여주 등 눈에 보이는 들판마다 계절의 색을 만끽할 수 있는 도농복합지역은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덕에, '마음의 여유'를 찾는 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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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이주민'


시흥과 안산, 양평과 여주 등 경기문화재단 경기천년플랫폼 '찾아가는 워크숍'에서 만난 시민들 모두 '이주민'이다. 이들 도시에서 나고 자라 그 옛날의 추억을 간직한 이들은 없다. 저만의 흐름을 따라 이들 도시로 흘러들어왔다. 아주 쉽게는, 국적이 달라서 아예 행정 분류상 이주민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조선족 동포 김순옥씨는 "한국으로 이주해 온 이후 7년째 시흥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 한국생활도, 시흥이라는 도시도 낯설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주부이면서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다는 한 시민은 "2004년에 시흥에서 5년간 살았다. 남편 직장을 따라 왔지만, 너무 환경이 열악해 아이교육을 위해 서울로 이사갔다, 4년 전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돈이 필요해서 2012년에 시흥으로 이사왔다. 그때는 돈에 쫓기기만 해서일까, 당시를 떠올리면 머리가 복잡하다"고 회상했다.

양평워크숍은 문호리 리버마켓 상인들이 함께 했는데, 이들은 대부분 양평, 남양주, 여주 등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홈메이드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수제 공예작품을 만들어 파는 이들도 있다. 천연 염색으로 옷을 만드는 이도 있고, 미술작업을 하기 위해 서울을 버리고 양평을 택한 예술가도 있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 살다가 모두 저마다의 예술을 위해 이주한 지역의 예술가들인데, 농촌 생활이 익숙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자의 반, 타의 반 이들은 아직 도시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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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살어리랏다

그럼에도 이들 대부분은 각자의 도시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짧은 정착 시간 때문일까.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과 삶의 불편은 어느 도시의 워크숍보다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언제든지 도시를 떠날 수 있지만, 떠나게 될까 두려움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살기좋은 미래의 도시를 누구보다 열심히 꿈꿨다.

산업도시로 이미지가 각인된 도시의 시민들은 낙인찍기를 거부했다. 시흥의 우현진씨는 "잠시 머무르다 가는 도시, 낙후된 도시로 시흥을 낙인 찍는 것이 싫다"고 단호히 말했다.

또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인근 서울로 떠나는 부모들이 많은데,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도시로 바뀌길 소망했다. 안산의 시민들은 회색빛의 탁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자전거, 도보 활용 보편화를 통해 차 없는 친환경 도시를 만들자는 의견과 공동체 문화가 형성될 수 있는 '마실'용 카페나 친환경 협동조합 식당을 늘리자는 의견이 워크숍에 참여한 시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내부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제조산업이 많은 도시의 특성상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주가 많다. 모두 다 이주민인데, 그 중에서도 외국인노동자들은 더욱 이주민이란 편견에 가로막혀 내부에서도 배제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워크숍에 참가한 시민들 상당수가 이 문제를 거론했다.

안산에서는 '외국인뿐 아니라 남성, 여성 혐오 등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없애고 다양성을 무시하는 문화정책도 없애자'는 의견이 전체의 지지를 받아 실천방안에 올려졌다.

시흥의 워크숍에선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는 의견이 나오자, 워크숍에 참여했던 외국인 참가자들이 그동안 마음 속에 품어왔던 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일부 지역, 이를테면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번동에 음식물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외국인 시민이 "우리는 외국인이고 거주자들이 수시로 바뀐다. 한국의 사회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분명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로의 상황을 주고받으면서 워크숍에 모인 시민들은 외국인을 위한 생활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통일된 의견을 도출했다. 그러고 보니 얼굴을 맞대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만인 일이었다. 아주 작은 소통으로 그동안 해결되지 못해 어려웠던 문제의 방법을 단숨에 찾자 모두 손뼉을 치며 웃었다.

도농복합지역인 양평과 여주 등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세밀한 방안들이 곳곳에서 이야기됐다. 이들은 지역 곳곳에서 틈만 나면 자행되는 '불법'적 현장을 경계하고 있다.

양평 워크숍에서는 음식점이나 펜션과 같은 상업시설의 오폐수 관리를 강화하고 산림훼손, 남발하는 건축허가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여주 워크숍은 세종고등학교 재학생들과 함께 했는데, '건물 건설할 때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은 주차공간 계획'을 지적하거나 '보완 차원이 아닌 자연파괴가 심한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무분별한 욕심이 빚어낸 도시의 이면이 드러나 한순간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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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의 경기천년 플랫폼 '찾아가는 워크숍'을 통해 시흥, 안산, 양평, 여주 등 시민들을 직접 만나 도시 발전을 위한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매년 비슷한 짜임새의 축제' '활성화되지 않은 시민 참여 지역회의' '리버마켓 품목 자율화' '준비되지 않은 마을 주민에 무조건 주어지는 지역 사업' 등의 의견을 통해서 공무원들의 게으른 행정을 비판하기도 했다.

양평 워크숍에서 만난 한 시민은 "일 처리가 너무 더디다. 아직 지역 행정을 잘 몰라 문의를 해도 답변을 받으려면 수일을 기다려야 한다. 민원을 제기해도 처리기간이 수주가 걸리고 지연되기가 일쑤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공무원들이 이곳에 살고자 하는 주민들의 이야기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 발 빠르게 움직이면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들인데, 심각하게 게으른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비단 양평과 여주에서만 나온 지적은 아니다. 시흥 워크숍에서도 말미에 이같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반 시민끼리 머리를 맞대고 좋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런 자리에 왜 시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은 오지 않느냐. 정작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시정에 반영해야 할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속상하다"고 비판했다.

산업도시라서, 농촌이라서, 참 뻔할 것 같지만 단 한마디도 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경기도는 본디 그런 땅이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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