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상하무상: 오르고 내려 일정함이 없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7-11-15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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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함은 허무함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삶을 깊숙이 통찰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주역에서는 용(龍)이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것이 일정함이 없다고 하였다. 저 아래 못 속에 잠겨있기도 하고 하늘에 올라 날아다니기도 하니 그런 말이 어울린다. 그리고 이렇게 위아래를 일정하게 지키지 않고 오르내리는 것은 나쁜 짓을 하려는 게 아니라고도 하였다. 그럼 무엇 하려고 오르내릴까? 용의 옛말은 미르이고 미르는 물을 뜻하니 수기(水氣)이다. 물이 하늘과 지하를 유행(流行)하는 이치를 설명한 것이 용의 상하무상이다. 아래에 있던 바다의 수증기가 저 위 하늘로 올라가야 구름도 되고 비가 된다. 저 위 하늘에 있는 구름이 물방울이 되어 이 아래로 내려야 이슬도 되고 서리도 되고 눈도 되고 비도 된다. 이런 것이 천지의 자연한 기상이다.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도 아래에 있을 때는 실력을 기르고 준비를 착실하게 해서 그 실력을 써먹기 위해 위에 올라가야 한다. 위에 올라갔으면 자신이 지닌 실력으로 아래에 혜택을 주기 위해 자신의 것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龍德을 체득한 군자와 대인의 기상이다. 그러니 군자도 상하무상(上下無常)이다. 이렇게 좋은 뜻을 지닌 상하무상인데 내려올 때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위에 있으면서 아래로 자신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력의 뒤안길이 즐거워야만 진정한 군자의 풍모라 할 수 있는데 이 시대 그런 이가 몇이나 될까? 무상함을 허무함이 아닌 글자 그대로의 무상함으로 느낄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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