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허술한 국가 기밀 관리

복거일

발행일 2017-11-17 제1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외주업체 직원 실수 '軍기밀' 북에 해킹 당해
'취약한 보안' 우방들 우리와 정보 공유 꺼려
'軍 정치적 외풍' 막아줘야 제대로 北 막아내


2017111401000993100046381
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어느 국가든 다른 국가들로부터 감추어야 할 기밀들이 있다. 우리처럼 전쟁의 위협 속에 놓인 나라에서 당장 중요한 것은 군사 기밀이다. 다른 조건들이 비슷할 경우, 군사 기밀은 전투와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군사 기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들의 패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독일군의 '에니그마'는 기계로 변환되어서 이론적으로는 다른 나라가 풀 수 없는 암호였다. 그래서 독일군은 전쟁 내내 그것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암호의 안전성은 그것을 쓰는 사람들에 달렸다. 병사들은 흔히 규정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실수를 한다. '에니그마'는 상업용 암호에서 출발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폴란드 정보기관에선 초기 버전을 상당히 해독했다. 그런 자료와 독일군의 실수들과 위대한 수학자 앨런 튜링의 통찰을 바탕으로, 영국 정보기관은 '에니그마'를 거의 다 해독했다.

일본군도 자기 암호가 안전하다고 믿었다. 한자를 많이 쓰는 일본어는 알파벳을 쓰는 서양 언어보다 해독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은 근거 없는 낙관이었고, 일본군 암호는 독일군 암호보다 훨씬 쉽게 해독되었다.

반면에, 독일군과 일본군은 영국군이나 미군의 암호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은 거의 모든 전투들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독일과 일본은 이길 수 있었던 전투들에서 오히려 졌다.

두드러진 예를 들면, 독일군 암호를 해독한 영국군은 지중해를 건너던 수송선들의 70퍼센트를 격침시켰다. 그래서 보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북아프리카의 독일군은 에르빈 롬멜 원수의 뛰어난 지휘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국군에 패퇴했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작전의 실패는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려던 독일의 기본 작전을 좌절시켰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군은 통신 해독을 통해 일본 함대와 조우할 시간과 장소를 정확히 예측했고 미국 함대는 일본 함대를 성공적으로 요격했다. 이 해전에서 항공모함 4척을 모두 잃은 일본은 전쟁의 주도권을 미국에게 넘겨주었다. 일본 조종사들은 미군이 망망대해에서 일본 함대를 요격한 것은 너무 이상하다고 지적했지만, 기밀 보안을 챙겨야 할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제독은 암호를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결국 통신 해독으로 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한 미국은 전투기들로 그가 탄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근자에 국군은 북한군에 해킹 당해서 중요한 기밀들을 모조리 탈취당했다. 국방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는데, 과연 작전 계획들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지 걱정스럽다. 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범한 치명적 잘못을 피하려면, 국군 지휘부는 북한군이 국군의 작전 계획과 약점들을 모두 알고 대비한다는 가정 아래 작전을 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해킹은 외주 업체 직원이 실수로 외부와의 연결 고리를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해명했다. 그 직원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그런 '실수'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한 국방부의 '실수'가 정말로 실수였는지 시민들로선 불안할 따름이다.

분명한 것은 모든 문제들을 실수로 돌리면 보안의 취약점을 근본적으로 보완하려는 노력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기밀 보안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패로 평가된 2013년의 국가안보국(NSA) 기밀 유출은 외부 전문가 에드워드 스노든이 저질렀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밀 안보에서 외주 업체들의 몫이 더욱 커질 터이므로, 그들을 통한 기밀 유출을 막을 방도를 강구하는 것은 긴요하다.

국군의 취약한 기밀 보안은 우방이 우리와 군사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 중요한 정보들을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우리로선 큰일이다. 며칠 전 미군 사이버사령관 마이클 로저스 제독이 공개적으로 송영무 국방장관을 만난 일이 미군의 걱정과 경고를 뜻한다고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은 국군만의 일이 아니다. 시민들이 사정을 잘 인식하고 국군에 대한 정치적 외풍을 막아주어야, 비로소 국군이 제대로 북한군을 막아낼 수 있다.

/복거일 소설가·사회평론가

복거일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