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위기의 보수정당이 가야할 길

윤인수

발행일 2017-11-16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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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대통령 탄핵' 진정한 사과·대속도 없이
문패만 바꿔 갈라져 서로 '적폐'·'배신' 대치
한국·바른정당, 기막힌 현실까지 원죄로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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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위기다. 자유한국당은 최근 바른정당 통합파의 합류로 의석수를 늘렸지만, 당내는 여전히 반박파와 친박파의 대치가 여전하다. 연말에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은 또 한번 내분의 소용돌이를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바른정당은 축소된 당세를 국민의당과의 중도통합론으로 극복해보려 하지만, 두당이 딛고 있는 상이한 정치적 기반이 연약한 정책연대 가능성을 압도하는 형국이다. 리얼미터가 13일 공개한 설문결과에는 보수 제1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도(18.6%)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48.2%)에 한참 못미치고, 자칭 개혁보수 바른정당(5.5%)은 정의당(5.8%)에 뒤져있다.

보수 유권자들은 2016년 새누리당의 공천 추태에 절망하면서도 국회 의석의 40%(122석)를 채워주었다. 과거 단일 보수정당이 40% 안팎의 지지를 받았던 시절을 생각하면, 현재 20%대의 보수정당 합계 지지율은 그들의 정통성을 흔드는 수치다. 상당수의 보수세력이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거나 거부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적통을 자임하고, 바른정당은 건전보수의 대표를 자처하지만, 지지율만 보면 전체 보수세력의 대의정당 자격에는 족탈불급이다.

보수정당의 지리멸렬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보수이념에 삶의 가치를 뿌리내린 보수세력 전체를 대변할 정당의 부재는 민의의 일각과 일익을 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보수정당의 갈등과 대립이 보수층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적 입지를 축소하는 현실로 인해 보수층이 간직해 온 합리적 가치가 국정의 중심에서 이탈하면, 그 결과는 보수만의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진보정당의 무한질주와 진보층의 가치독점으로 인해 국정의 균형이 무너진다. 견제 없는 권력의 질주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혁신 보수정당의 정립은 보수층의 대의기능을 원상복구해 국정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당의 환골탈태는 지난한 일이다. 지향해야 할 혁신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현실적 정치이익을 희생할 정치인은 드물어서다.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엄연히 존재하는 보수층의 규모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방적 결과로 끝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1당 독주는, 그것도 진정한 민의가 아니라 경쟁세력을 대의할 정당의 부재로 인한 1당 독주는 국가와 국민은 물론 집권당에도 불행한 일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진정한 혁신 보수정당으로 환생해야 한다. 환생을 위해 원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대속(代贖) 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임해 탄핵당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사태에 책임을 공유해야 할 새누리당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진정한 대국민 사과가 없었다. 대통령 탄핵사태를 대신 사죄할 대속도 없었다. 대통령의 권력을 대행했던 측근 실세들 중 단 한명도 정계은퇴를 선언한 사람이 없었다. 새누리당을 버리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이름만 바꾸었을 뿐이다. 문패만 바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서로를 적폐보수, 배신보수로 낙인찍어 대치중이다. 자유한국당은 두명의 친박 좌장을 출당시키는 문제로 반박과 친박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대속의 과정으로는 시기도 모양새도 다 망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지금이라도 원죄를 벗을 대속을 고민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을 포함해 보수 2대 정권의 국정원장 4명이 법대에 서게 된 기막힌 현실까지 원죄로 수렴할 각오로 과거의 자기 적폐와 결별을 선언해야 한다. 보수정당의 신생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윤인수 편집국 국차장(총괄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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