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94]생각의 기원, 베르베르의 '뇌'

경인일보

발행일 2017-11-22 제16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7112101001417500067171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위대한 생각들이 없었다면 신도, 종교도, 예술도, 문명도 없었을 것이다. 인간을 생각하는 존재(cogito)로 보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탁견이었다. 그런데 숭산 선사(1927~2004)의 방할(棒喝)처럼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어디에 있는가. 생각 이전에는 무엇이 있는가.

생각을 포함한 모든 정신 현상이 뇌의 기능이며, 속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유뇌론(唯腦論)을 펴는 작가가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1961~)의 '뇌'(2001)가 그러하다.

'뇌'는 의학-미스터리로 분류할 수 있는 높은 대중성을 지닌 베스트셀러지만, 아직 그 진면목이 온전하게 평가되지 못한 저평가된 최우량주다.

그는 '개미', '파피용', '제3인류' 등 장르문학의 형식을 이용하여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재능을 지닌 천재 작가다. '최후의 비밀(L'Ultime Secret)'이라는 원제 그대로 그의 '뇌'는 인생 문제와 문명론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과 고민의 실마리가 담긴 놀라운 소설이다.

소설은 인공지능 딥 블루를 꺾고, 세계 체스 챔피언이 된 신경정신의학자 사뮈엘 핀처의 의문사를 추적하는 미스터리다.

과학부 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전직 수사관 이지도르 카첸버그의 조사 이야기에, 인간의 뇌가 지닌 비밀을 풀기 위한 뇌과학의 오디세이아를 펼치는 사뮈엘 핀처와 교통사고로 뇌줄기(腦幹)가 손상되어 LIS상태(식물인간)에 빠진 마르탱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된다.

범죄의 이야기와 조사의 이야기라는 두 트랙을 통해 서사가 전개되는 전형적인 추리소설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핀처의 사인은 일급 모델 나타샤와의 정사 도중 "사랑에 치여 죽은" 복상사로 처리되나 실상은 대뇌 속의 쾌감 중추인정중전뇌관속(正中前腦管束, median forebrain bundle)에 전극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마르탱의 과도한 자극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다.

인류의 문명과 관념과 삶의 비밀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최후의 비밀' 곧 '뇌'를 통해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아니, 말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작가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궁극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제도와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 더 효율적이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궁극의 방법, 인류문명의 완성을 위한 최종혁명(5차혁명)이라는 것이 아닐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일―바로 우리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생각을 바꾸지 않는 건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여주인공 뤼크레스 넴로드의 외침이야말로 어쩌면 소설 '뇌' 속에 감춰진, 궁극의 비밀이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경인일보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