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찌 하오리까

김학석

발행일 2017-11-2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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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 범죄혐의로 '8개월째' 구속 수감중
국민들 하수인 처벌보다 朴처리 더 관심
현정부 어떤 형벌 내릴지 역사가 지켜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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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석 정치부장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위화도 회군을 통해 실권을 장악했다. 고려 창왕을 폐하고 공양왕을 세웠다. 그런 다음 덕이 없고 어리석다는 이유로 공양왕마저 폐위한 뒤 강원도 삼척으로 유배를 보냈다. 후환이 두려웠는지 2년 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최영 정몽주 등 열거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피를 보고 고려왕조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조선왕조가 들어섰다. 이른바 역성혁명이다. 혁명에는 적지 않은 피가 흐른다.

조선왕조에서도 반란은 이어졌다. 태종 이방원은 2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일으켜 실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세자인 이복동생과 조선건국의 설계자 정도전을 살해하고 왕권을 움켜쥐었다. 태종의 손자인 세조는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했다. 계유정난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김종서, 황보인, 사육신 등 단종 호위무사들이 무참히 살해됐다. 단종은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떠났다가 2년 후 사사됐다.

연산군 시절엔 이조참판을 지낸 성희안, 박원종 등이 재위 12년간 폭정에다 국가의 기틀을 흔들어 놓은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을 일으켰다. 조선왕조에서 신하들이 반란을 일으켜 왕을 바꾼 첫 번째 사건이다. 폐위된 연산군은 강화도로 유배됐고 2개월 후 병사했다. 광해군 시절에도 서인(西人) 세력이 정변을 일으켜 광해군을 왕위에서 몰아내고 능양군 이종을 왕으로 옹립한 인조반정을 성공시켰다. 광해군도 폐위돼 강화도에 유배되었다가 제주도로 옮겨졌고 18년 후에 사망했다. 조선왕조 정변과정에서 수많은 신하가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현대사에서도 군사쿠데타와 정권교체로 많은 사람이 역사의 단죄를 받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5·16'쿠데타로 18년 장기집권 후 부하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뒤이어 '12·12'군사반란을 일으킨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쿠데타로 집권했다. 군사정부 시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많은 시민이 아스팔트에 피를 뿌렸다. 문민정부를 내세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전·노 전 대통령을 반란죄와 내란죄로 사형과 무기징역에 처했다. 그러나 1997년 12월 22일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관련자를 모두 특별사면·석방함으로써 두 전직 대통령은 구속 2년여 만에 출옥했다.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의 최대 피해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용서와 화해'라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정치보복을 철저히 금지시키며 당선인 신분으로 전·노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받아들였다. 다시는 이 땅에 자신과 같은 정치보복 피해자가 없기를 염원했다. 이어 집권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에 주안점을 두면서 야권과 국민으로부터 정치보복이라는 인상을 받지 않았다.

촛불 혁명을 통해 권좌에서 쫓겨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가 길어지고 있다. 또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해 측근들을 수사대상에 올려놓으면서 야권 일각에서 정치보복이라는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대놓고 정치보복을 주장하고 있다. 장·차관 출신과 굴지의 재벌 기업 총수들이 국회 청문회에 섰고 검찰 수사를 받고 구속됐다. 정보기관 수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인사들도 줄줄이 포승줄에 묶여 영어의 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수백명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며 구속과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다. 나라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실각 후에는 주변인들까지 엄청난 단죄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제 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13개 범죄혐의를 받아 8개월째 구속 수감 중이다. 아직 1심 구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들도 조금씩 적폐청산 수사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정권 하수인에 대한 처벌보다 박 전 대통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더 관심이 많다. 현 정부가 어떤 형벌로 박 전 대통령을 다스릴 것인지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

/김학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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