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천년]문화&교통, 3500명의 '키워드'

경기도 구석구석을 듣다…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공지영 기자

발행일 2017-11-27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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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곳곳 축제·행사장 찾아 의견수렴
23% '문화 시설·프로 확충' 감성충족 원해
'발전 걸림돌' 대중교통 부실·주차난 꼽아
서울행 외에 도내 작은마을간 이동 '불편'
삶 위협하는 미세먼지·교육 문제도 '관심'
'찾아가는 워크숍' 군소도시 목소리 담아내
청년들 거주통한 도시활력 가장 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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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천년을 달리는 버스가 주말마다 경기도 도시 곳곳에 멈춰섰다. 여름이 지나 가을로 들어오는 문턱에서 시작한 일이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겨울이 돼서야 끝이 났다.

경기도민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거리에 상관없이 버스는 달렸고, 도민의 많은 목소리를 청취했다. 오늘은 그 숨가빴던 현장에서 만난,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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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들의 바람으로 채워가는 '경기천년 소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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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교통, 환경, 교육. 경기도민이 바라는 것


경기천년 버스가 달려가 무작정(?) 도민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두고 우리는 '팝업투어'라 명명했다. 정해진 장소나, 인터뷰 대상을 정해두지 않았다. 의견을 건의하는 데 어떤 규칙도, 제한도 없다. 경기도의 오늘과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9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팝업투어가 진행된 기간은 경기도 곳곳에서 가을 축제가 한창인 때. 가족, 연인과 손잡고 가을 나들이에 나선 시민 중 3천500여 명이 경기천년 버스 앞에 설치된 테이블에서 함께 경기도의 미래를 고민했다.

경기도민이 새로운 천년의 첫 키워드로 꼽은 것은 '문화'였다. 전체 응답자 중 23%가 문화시설 확충과 프로그램, 마을 축제 등을 이야기했다. 특히 도민들 상당수가 '놀이터' '도서관'과 같은 기본적인 문화시설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1천400만이 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경기도의 위상을 비추어 볼 때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화성처럼 신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에서는 '놀이터의 불균형'이 문제로 거론됐다. 한 시민은 "놀이터가 모든 마을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과 같은 대형 문화시설에 대한 욕구도 상당했다. 로봇이나 공룡, 과학, 역사 등 뮤지엄의 구체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문화시설이 한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절박한 의견들도 있었다.

도민들은 경기도 문화에 대한 관심도 컸는데, "경기도의 숨은 문화재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켜 관광이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경기문화를 알기 쉽게 해설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도 역사와 문화를 알수 있는 역사체험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식의 의견들도 건의됐다.

문화 다음으로 도민이 이야기한 주제는 '교통'이었다. 교통은 경기도 발전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이다.

도민들은 대중교통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자동차 없는 사람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경기도" "차가 있어야만 아이들과 이동이 가능하다"는 응답들이 쏟아졌다. 서울을 오가는 대중교통도 부족하지만 경기도 내부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대중교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게 도민들의 불만이다.

남양주에서는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아예 없다"는 극단적(?) 상황을 토로하기도 했고 평택에서는 "다른 중소도시로 이어지는 직통 교통수단이 없다. 반드시 다른 도시를 경유해야 평택 밖을 나갈 수 있다"는 고충을 이야기했다.

교통문제는 또 다른 불편으로 이어진다. 대중교통 부족으로 자동차 이용이 많아, 지역마다 '주차장 확충'에 대한 건의가 끊이질 않았고, 대체 수단으로 자전거 이용도 늘어나면서 '자전거 도로 건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교통은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다.

도민들은 교통문제를 거론할 때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대책을 요구했다. 경기도 행정가들의 관심과 노력이 시급해 보이는 지점이다.

교통에 이어 도민들은 경기도의 환경과 보육·교육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미래의 과제로 꼬집었다. 특히 중국과 맞닿아 있고 산업공단이 많은 경기도의 특성상 '미세먼지'는 도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많은 수의 도민들이 '미세먼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 '국공립 어린이집'과 '육아 복지 정책', '일관성있는 교육정책' 등 보편적인 대책을 이야기하면서 "학업성적보다 인성이 우선시 되는 경기도 교육" "공부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은 학교" 등 사람 냄새가 풍기는 교육 대안들도 눈에 띄었다.

이 외에도 경제, 금융, 치안, 먹거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발한 대안을 제시하는 도민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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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경기천년플랫폼 '팝업투어'가 지난 3개월여간 경기도 전역을 달리며 도민의 의견을 모았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찾아가는 워크숍, 아직 못 다한 이야기


지난 3회에 걸쳐서 '찾아가는 워크숍'을 통해 만난 경기 남부와 동·서부, 북부 도시의 이야기를 종합했다. 권역마다 도시를 규정하는 성격이 제각각이고, 흘러온 세월의 결이 달라 우리가 몰랐던 도시의 이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군소도시들은 권역의 중심이 되는 대도시에 밀려 그 색깔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미처 다 하지 못한 군소도시들의 작은 목소리를 이야기한다.

군소 도시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거론한 키워드는 '청년'이었다. 시민들은 작은 도시를 이탈하지 않고, 심지어 외부에서 유입된 청년들이 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며 도시의 희망이 돼주길 원했다. 그래서 청년을 위한 정책적 제안이 많았다.

오산에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청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거나, 주거·취업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청년복합단지'를 설립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청년과 지역주민들이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오산 어울림센터'를 건립하거나 청년들이 주도하는 오산 청년문화축제를 상상하기도 했다.

의왕에서는 청년과 노인이 공존하는 도시를 꿈꾸고 있었다. 청년들이 공연, 축제 등 도시의 문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맡아 '청년협동조합'을 조직하자는 의견과 개발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배경 삼아 노인을 위한 '실버타운'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동시에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청년 시의원 진입장벽 낮추기' '시청에 청년담당부서 신설' 등도 건의됐다.

또 이들 도시는 규모가 작은 만큼 시민들의 정치 참여 의지도 활발했다. '마을주민 주도 행정' '시민호민관제도' 등 시민들이 지역 행정의 방향을 이끌고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고 입을 모았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이들 도시에서 만난 시민들은 인상적이었다. 한 시민은 경험담을 통해 작은 도시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그는 "대도시에 살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듯 의왕에 정착했다"며 "이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다시 행복하게 살게 됐다. 작지만 끈끈하게 이어진 도시의 공동체로 인해 아이들도 함께 키우고 새로운 직업도 찾았다. 이 도시로 이사온 덕에 삶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웃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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