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독립출판 창작자들의 축제인 '언리미티드 에디션9, 서울아트북페어'가 열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
올해로 9번째 가득찬 인파
책·사진·그림 다양한 개성
국내 벗어나 해외작품까지
"SNS 소통하던 작가 만나"
"팬들에 보답 소중한 기회"
미술관 밖은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20여m 이상 길게 줄을 섰고, 입장하고 난 후 전시실 내부는 출근길 만원 지하철을 연상케 할 만큼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언리미티드 에디션, 서울아트북페어'는 올해로 9번째 열린 행사로 줄여서 'UE', 'UE9', '언리밋'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 행사는 일 년에 한 차례 독립출판 제작자가 모여 만드는 행사이자 시장으로, 화가·사진가·디자이너·출판사·작가·만화가 등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했다.9년 전 서울의 한 작은 독립서점이 기획한 작은 행사로 시작해 지금은 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큰 축제로 성장했다.
책인지 잡지인지, 포스터인지 그냥 인쇄물인지 정의하기조차 힘든 다양한 출판물을 비롯해, 컵, 컵받침, 달력, 배지(badge) 등 '굿즈'라 불리는 소품들이 판매됐다. 기존 대형 서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로 하나같이 모두 창작자의 개성이 엿보이는 에너지 넘치는 '작품'이었다.
관람객들은 1~2층에 걸쳐 마련된 190개 부스에서 각자 맘에 드는 작품과 '굿즈'를 고르느라 바빴고, 쉽게 지갑을 열었다.
대학생 김영은(23)씨는 믹 올더먼이라는 감독이 쓴 '구니스와 함께한 3주'라는 미국의 독립출판물을 번역한 책과 사진집, 컵받침 등을 샀다.
그는 "이곳에서는 서점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지인이 현금 15만원은 들고와야 한다고 했다. 많이 사지 않으려 결심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돈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북서울 미술관 맞은편 편의점 현금지급기 앞에 현금을 뽑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던 이유가 그제서야 이해가 됐다.
대학생 이진솔(20)씨는 기탁이라는 이름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의 작품집을 샀다. 그는 "평소 SNS를 통해 감상하며 좋아하던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여서 시간을 내 찾아 왔다"며 "모처럼 작가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행사의 매력"이라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팩토리'라는 소규모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최상렬(25)씨는 '레터프레스'와 관련된 책을 구매했다.
그는 "3~4년 전부터 계속 찾아오고 있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작가들의 개성 있는 창작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나 관객, 관련 종사자 등에게 더없이 좋은 이벤트"라고 했다.
창작자들에게도 이번 행사는 소중한 소통의 기회다.
부스 참여자인 한 만화가는 "동네 창작자들에게 일종의 '연말정산'같은 자리"라며 "그동안 SNS 등을 통해 응원해준 팬들에게 뭔가 보답하기 위해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기존 서점이 소화하지 못하는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소개하는 축제였고, 또 최근 각자 다른 개성으로 무장한 독립서점이 늘고 있는 이유를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만화가 '란탄'씨는 "출판사가 작가를 찾아 접촉하고, 작가가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시스템으로 작품을 만드는 통로가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창작자들이 스스로 작품을 알리는 독립출판에 나서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최근 늘고 있는 독립서점이나 이런 오프라인 행사가 작가들에게는 중요한 소통의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이 기사는 경인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협력해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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