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해양오염사고 방제, 국민에게서 답을 얻다

이원희

발행일 2017-12-0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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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중부지방경찰청장 기고 사진
이원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7년 12월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 해상 크레인이 충돌해 원유 1만 2천547㎘가 유출되는 대규모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충남 6개 시·군과 전남 3개 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으며,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정부는 긴급재정지원과 인력·장비를 투입했고, 국제 협조를 통해 방제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러한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이 된 것은 매서운 겨울 바다의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찾아 준 130여만 자원봉사자들이다. 청소년부터 주부, 직장인, 종교계,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끊임없이 따뜻한 손길이 이어졌다. 7개월여 동안의 자원봉사 활동 덕분에 그해 여름에는 태안 지역 해수욕장이 개장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 이후 해양경찰은 자원봉사자 등 민간의 방제 참여가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민관이 함께하는 해상·해안방제훈련을 매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신속한 방제 조치가 곤란한 섬 지역 어촌계에서는 '국민방제대'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해양오염사고 시 초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방제대책협의회'를 구성해 관계 기관과 사고 대비·대응을 위한 임무와 협업 사항 등을 조정하고 있다. 그리고 해경은 밀려드는 자원봉사자 수를 감당하지 못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10년 전 사고 당시의 아픈 기억을 교훈 삼아 '해양오염방제자원봉사자' 제도를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해양오염사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자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유출된 기름의 유해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작업의 특성에 대한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이 봉사활동을 벌이는 중 다치거나 예상하지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은 해양오염방제 자원봉사를 하기 전 가까운 해양경찰서에 등록 신청서를 제출하고, 일반 자원봉사 활동처럼 지역자원봉사센터(www.1365.go.kr)에 등록해 보험 혜택을 받아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0년이라는 세월 속에 태안 바다를 새까맣게 물들였던 기름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에 크나큰 힘이 돼 준 자원봉사자들의 열정은 아직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는 이미 저질러진 일을 되돌릴 수 없을 때, '엎질러진 물'이라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곤 한다.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기 어렵다. 하지만 엎질러진 기름(Spilled Oil)은 주워담을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왜냐하면, 방제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국민 여러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원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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