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캐스트 제공 |
스릴러라고 확신하는 순간 '반전'
고레에다 감독 '통찰의 질문' 관통
■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 후쿠야마 마사하루, 야쿠쇼 코지, 히로세 스즈
■개봉일 : 12월 14일
■드라마/125분/15세이상 관람가
범인의 정체, 사건의 행적을 쫓아가는 데 급급하다보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 영화를 소개하기 전, 아직 보지 못한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충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회와 개인의 삶,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일본 영화계의 거장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에 치여, 우리가 잊었거나 생각지 않았던 근원적인 문제를 영화를 통해 질문한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아버지를 아버지로 만들어 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그랬던 것 처럼, 이번 영화 '세 번째 살인'도 통찰의 질문이 영화를 관통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된 직원 미스미(야쿠쇼 쇼지)가 공장 사장을 둔기로 살해하고 불까지 질러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 발생한다.
계속 바뀌는 그의 진술 때문에 미스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동료이자 승률 높은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변호를 부탁한다. '진실보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것을 택하는 편'이라 자부하는 시게모리는 살인범 미스미를 만나며 그간 지녔던 가치관에 조금씩 균열이 가며 괴로워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미스미의 범죄현장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미스미가 진범이라고 관객을 현혹한다. 하지만 극 초반부터 그는 범인이 아니지만, 범인인 척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면서 영화는 죽은 공장 사장의 부인과 딸을 등장시켜 관객을 혼란케 한다.
특히 사장의 딸 사키에(히로세 스즈)는 알수 없는 표정과 행동으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듯 극이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높이지만, 사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쥔 사건의 열쇠는 진실에 다가가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사건의 열쇠는 '법정에서 진실을 좇는 이가 없다'는 명제를 확신케 하는 증거가 될 뿐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허탈한 마음과 동시에 영화의 대사와 장면을 끊임없이 곱씹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진실 따위 관심없다던 시게모리는 어느새 진실에 목을 매며 미스미에게 "심판한 것이냐" 묻지만 미스미는 웃기만 한다.
"누군가 죄가 있다고 심판하는 것은 누가 만들었나" "아이를 위해 그렇게 행동했다고 믿어준다면 꽤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되겠다"는 대사도 귓가에 맴돈다. 허탈한 관객 만큼이나 미스미를 대면한 시게모리의 표정도 공허하다. 그만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