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의 세계·(9)한국전력 박순우 전력분석관]'데이터 배구' 감독님 귀에 토스

강승호 기자

발행일 2017-12-08 제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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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 박순우 전력분석관1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 박순우 전력분석관이 데이터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팀의 승리를 위해 애쓰고 있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2007년 입문 국가대표 첫 분석관
범실·공격상황 낱낱이 무전 보고
비시즌에도 나쁜 습관·행동 분석
"선수들 기량 향상·팀승리에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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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경기를 보다 보면 감독이 이어폰으로 무언가 전달받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배구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장면은 구단 소속 전력분석관이 경기 중 중요한 장면과 상대팀의 전술을 감독에게 전달하는 모습이다.

한국 배구에서 전력분석관이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전력분석관의 도입은 프로배구가 출범하기 2년 전인 2003년 이탈리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던 김호철 감독이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력분석관 도메니코 나사로를 한국으로 데려와 데이터 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한국에서는 전력분석관의 역할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경기 중 감독에게 상대 전술을 전해 주는 전력분석관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수원 한국전력의 박순우 전력분석관은 나사로가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2년 뒤인 2007년부터 시작했다.

박 전력분석관은 당시 국가대표팀의 첫번째 전력분석관이었지만 저변이 열악해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한국에는 전력분석관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한글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아 영어와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
김철수 감독 /KOVO 제공
박 전력분석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외국어로 되어 있는 프로그램을 배우려니 참 힘들었다"며 "노하우를 가진 사람도 없었고 국제대회로 외국에 갔을 때는 세상이 달라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현대 배구에서 전력분석관은 경기 중 상대팀의 전력과 데이터를 통해 어느 방향으로 공격을 많이 하는지, 어느 선수가 공격점유율이 높은지를 파악해 감독에게 무전으로 전달한다. 감독은 전력분석관의 분석을 전달받아 선수 운영과 전술을 결정한다.

비시즌과 시즌 중 경기가 없을 때는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비디오분석을 통해 좋지 않은 습관과 행동들에 대해 파악해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박 전력분석관은 "경기 전 미팅했을 때와 상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범실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공격은 어떻게 펼치고 있는지 등 경기 중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계속해서 이야기해 주고 있다"며 "시각적으로 옆에서 보는 것과 뒤에서 보는 것이 다르다. 선수 행동의 특이점들도 감독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한국전력과 인연을 맺은 건 2008년부터다.

2008년에는 파견 형태로 몸을 담갔다가 2009년 강만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전력분석관으로 한국전력에 합류했다.

박 전력분석관은 "이번 시즌이 10년째다. 지금은 경험도 많이 생기고 프로그램도 업그레이드되면서 좋아졌다. 자료를 만드는 시간은 줄었고 데이터는 많아졌다"고 말했다.

프로배구뿐만 아니라 대학배구에서도 3여년 전부터는 전력분석관이라는 자리가 생겨나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양성해 내는 시스템은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는 "지금은 다른 종목에서도 분석관이라는 제도가 많이 도입되어 있다. 저변이 넓어진 만큼 기초를 단단하게 하는 것이 좋다"며 "데이터는 즉 숫자놀음이다. 하지만 숫자가 왜 나왔는지 알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된다. 잘 이해를 해야 선수들에게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경기를 잘 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다"며 "나로 인한 승리가 아니라 선수들과 팀의 승리를 위해 분석한다"고 전했다.

한편, 아직 대표팀에도 분석관이 없어 국제경기가 있을 때마다 프로구단에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승호기자 kang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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