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미의 나무이야기]1988년 서울올림픽 상징 나무인 구상나무

조성미

발행일 2017-12-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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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지난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 행사가 열렸고, 국내 한 백화점에도 눈 내린 마을의 행복한 풍경이 연상되는 높이 8m의 대형 구상나무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는 등 연말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둠속에서 따뜻하게 세상을 밝히는 멋진 크리스마스트리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나무가 바로 구상나무다.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불리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고유종이자 대표적인 고산성 식물이다.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해발 1천m 이상의 높은 산에서 군락형태로 제한적으로 자라고 있다.

구상나무는 1907년 제주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선교사에게 처음 발견됐다. 1920년 미국 하버드대 부설 식물원에서 근무하던 영국 식물학자 윌슨이 학계에 구상나무의 존재를 알렸다. 이후 품종을 개량하고 적당한 크기로 상품화시킨 구상나무는 한국 자생종이지만 지적재산권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갖고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종자전쟁시대에 소중한 유전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키고 품종개량에 대처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의 상록침엽교목으로 높이 20m, 줄기둘레가 한 아름 넘게까지 자라는데 습기가 많고 배수가 잘 되는 비옥한 땅을 좋아한다. 나무껍질은 잿빛을 띤 흰색이며 오래 되면 점차 껍질이 거칠어진다. 어린 가지는 노란색이나 나중에는 갈색이 된다. 잎은 줄기나 가지에 바퀴모양으로 돌려나며 앞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흰색이다. 뒷면에는 숨을 쉬는 기공조선이라는 하얀 줄이 나 있는데 구상나무의 기공조선은 다른 나무에 비해 유난히 희고 선명해 멀리서 보면 수관이 은녹색으로 보여 매우 아름답다. 6월에 피는 꽃은 다른 소나무과 식물들처럼 꽃잎이 따로 없어 알아보기 힘들지만 빨강, 노랑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핀다. 10월에 익는 열매는 구상나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솔방울과 같은 형태를 띠는 구상나무 열매는 원통형으로 색은 초록빛이나 자주빛을 띤 갈색이다. 열매의 색깔에 따라 푸른 구상, 붉은 구상, 검은 구상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종자에는 부채 같은 날개가 달려 있어 멀리 퍼뜨리는데 도움이 된다.

이제 평창올림픽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상나무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상징나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늘을 향해 기개 넘치는 자태를 보이는 열매와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나무형태로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로 선정된 것이다.

구상나무의 이름은 제주사람들이 '쿠살낭' 혹은 '쿠상낭'이라고 부르는데서 유래했다. '쿠살'은 제주 방언으로 성게를 가리키는데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10년 새 구상나무 서식지에서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살을 발라낸 생선처럼 앙상한 몰골만 남긴 채 쓰러진 구상나무 군락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구상나무는 뿌리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뻗어 잘 쓰러지는데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과 집중호우가 잦아지고, 기상이변으로 가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자연보호연맹의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늦었지만 정부와 관계기관이 모여 보존과 복원을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앞으로도 이 땅에서 건강한 구상나무를 계속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조성미 산림조합중앙회 서울인천경기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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