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그냥'

최규원

발행일 2017-12-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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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경제부 차장
누군가의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하는 것은 보통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성의 없는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랜만에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은 갑작스런 전화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라는 걱정스런 마음에 되물었을 때 자연스럽게 되돌아온 대답의 '그냥'의 뒷 말에는 '보고싶어서', '생각나서', '잘 지내나 궁금해서' 뭐 이런 말들이 숨겨져 있으리라.

똑같은 답이라고 할지라도 관계와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가을이 온 지도 모르게 벌써 겨울이다. 겨울의 시작이라기에는 신고식이 너무 가혹할 정도다.

보통 연말이면 가장 많이 진행되는 행사는 결산 행사다. 산업 각 분야 또는 영화, 음악 등 문화계 등 한 해를 결산하고 잘한 사람들을 찾아 표창으로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고생한 노력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가장 많이 진행되는 행사는 각종 기관 및 기업체들의 나눔 행사다.

추위에 난방은 물론 밥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이 조금은 덜 춥게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된다. 김장나눔 행사가 대표적이며, 이 밖에도 연탄 전달 및 각종 성금 및 위문품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지원 대상은 보통 기관과 자매결연을 맺은 시설 및 지자체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차상위 계층 등이다.

보통 기관들은 이러한 행사 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나눔 활동에 대한 성과를 자랑한다. 이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너무 천편일률적이고 해마다 반복된다. 때문에 꼭 해야하는 연례행사처럼 애초 취지와 달리 딱딱하고 성의가 없어 보이거나 마치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꾸미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필자가 수년 전 미담을 취재했던 한 당사자의 인터뷰 일화가 생각난다. 이러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그냥'이었다. 수차례 이유를 되물었지만 대답은 '그냥'이었다.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눠보니 '그냥'이라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생활이 봉사였고, 그냥 몸에 배인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성의없어 보이는 '그냥'이라는 답변이 진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람인가?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그냥'이라는 답이 따듯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당신은?

/최규원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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