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97]'강변부인', 욕망의 덧없음과 강렬함

경인일보

발행일 2017-12-1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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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김승옥(1941~)의 '강변부인'(1977)은 연애소설 아닌 연애소설, 통속소설 아닌 통속소설로 읽힌다. 정비석의 '자유부인'(1954) 등과 함께 부인들의 일탈과 외출을 다루고 있는 경(輕)장편이다.

"소설은 질문의 형식"이라는 지론 때문이었을까? 소설은 온통 외도와 일탈로 점철되지만, 결말도 말하고자 하는 바도 모두 무진의 안개처럼 지극히 모호하다. 본격소설도 통속소설도 그렇다고 에로소설도 아닌, 정체성이 없거나 아예 특정한 정체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불편한 작품인 것이다.

소설은 주인공 민희의 정사로 과감하게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이 투숙한 모델 옆방에서 이루어지는 남편 이영준의 외도를 인지하게 된다. 그녀는 외도를 부부간에 서로 감춰둔 십 퍼센트의 놀이에 지나지 않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겨왔으나 매춘부에게 다양한 성적 취향을 발휘하는 남편에 대해 분노와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막장부부의 외도는 강의원 집 신축기념 파티를 계기로 절정에 오른다. 민희는 파티 도중 강의원 부인 남 여사의 외도를 목격하게 된다. 남 여사는 인기가수 윤하와 벌이는 자신의 외도를 덮기 위해 자신의 조카 최영일을 시켜 민희를 겁탈하게 한다.

민희는 이런 상황을 즐기고, 이들의 비밀스런 행각은 더욱 가속화된다. 예정된 수순대로 그녀의 밀회는 남편에게 발각되고, "이혼은 얼마든지 당해도 좋으니 제발 대면하자고 하지 말고 이대로 돌아가줬으면 좋겠다"는 그녀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민희는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언쟁과 감정의 한복판 속에 갇혀버린다.

남편과 애인이라는 "병신과 악당" 사이에서 또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 속에서 민희는 "평생토록 이 남자 앞에서는 죄인으로서 얻어맞고 지내야 한다면……"이라는 알 수 없는 결심을 하며 모호하게 작품이 끝난다.

민희가 품은 "단 한 가지 생각"이 이혼인지, 자살인지 알 수 없듯 작품의 지향과 의미는 해석의 언저리를 부유한다. 사랑 없는 욕망의 덧없음을 말하는 것인지, 결혼제도에 대한 회의의 표현인지 고도성장 시대의 이면과 유한계급들의 타락상을 고발하는 것인지 작가는 침묵하고 스토리는 그저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다만 감수성의 혁명가, 문체미학의 기적이라는 세간의 찬사대로 에로소설이되 속되지 않고, 속되지 않되 통속적인 기묘한 형식실험 속에서 문학의 통속성과 대중성이 속성인지 장르의 문제인지를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나아가 덧없되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함으로 우리를 지배하는 부질없는 욕망들에 대해 성찰할 시간을 준다.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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