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수능제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

문철수

발행일 2017-12-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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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시전형 있다지만
결국 3년간 내신 성적에 근거해
선발되는 전형이 주를 이뤄
1년에 단한번 수능 학생에 큰 부담
최소한 상·하반기 2회 기회 주고
수시편중 입시제도 빨리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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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철수 한신대 교수
어제 2018학년도 수능 성적표가 수험생들에게 배부되었다. 수능 당일 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맹추위가 기승을 부려 많은 수험생들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했을 것이다. 이번 수능은 시험 전 날 발생한 포항지역 지진으로 인해 수능 시작 12시간을 앞두고 시험 시행이 일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치러졌다.

당혹감 속에서 수능을 치르고 고사장을 나선 수험생들은 대체로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능 직후 학교별로 가채점이 이루어졌고, 지난해와 비슷한 '불수능'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아울러 만점자에 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재학생은 대구의 강 모 군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 발표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최종 채점 결과를 보니, 수능 만점자는 모두 15명(재학생 7명, 졸업생 7명, 검정고시생 1명)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이 대체로 하락해 난이도로 볼 때는 전년보다 쉬운 시험이었다. 그렇다면 수험생들이 체감한 난이도와 실제 채점 결과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입시 전문가들은 우선 사상 최대 규모의 수능 결시자 수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실제 올해 수능 지원자 수는 59만3천527명인데 결시율이 10.5%로 무려 6만2천여 명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지난해 수능 지원자(60만5천987명)와 결시율(8.9%)을 비교해 보면 8천510명이 늘어난 셈이다.

또한 평소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할 때, 중하위권에서 결시자 수가 많았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상대평가인 수능에서 원점수 커트라인이 상승하고, 절대평가인 영어에서도 응시자 중 90점 이상(1등급) 비율이 전년도의 2배가 넘는 10.03%로 나타났다.

아울러 수능 응시자 중 졸업생 비율이 늘고, 재학생이 감소한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졸업생은 전년도 보다 0.9% 증가(2천412명)한 반면, 고3 재학생은 전년도 보다 0.9% 감소(1만4천468명)했다. 대체로 수능 성적이 중상위권에 속하는 졸업생 비중이 커진 점이 점수 상승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면 앞으로 재학생들은 정시 입학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유행어처럼 되어있는 "대입에서 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기정사실화 될지도 모른다.

특히 이번 201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4년제 대학은 전체 모집인원 34만9천28명의 26%인 9만772명을 모집하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만2천373명 감소한 수치로, 2019학년도에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 당국은 향후 수시 전형을 더욱 확대하고 수능은 절대평가화 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있는데, 과연 수시에만 의존하는 대학입시가 정상적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다양한 수시 전형이 마련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고등학교 3년간 내신 성적에 근거해 선발되는 전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영원히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는 말인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자칫 공부하는 시기를 놓친 청소년들에게 있어 수능 시험은 엄청난 기회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1년에 단 한 번 뿐인 기회는 많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번 포항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 상황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부는 1주일 연기라는 즉흥적인 결정 밖에 할 수 없었다. 많은 수험생들이 묵묵히 1주일을 참아 냈지만 포항 지역 수험생들이나 다른 수험생들이나 모두 피해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년에 단 한 번인 시험에 실패하고, 내년에는 어떠한 난이도의 문제가 나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 하에 다시 1년을 창살 없는 감옥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너무나 가엾다. 최소한 상·하반기로 나눠 1년에 두 차례 정도 기회를 주고, 지나치게 수시 전형에 편중되어 있는 입시제도가 하루빨리 개선되길 바란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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