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안정된 경기도' 원하는 도민들

이윤희

발행일 2017-12-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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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가장 듣고 싶었던 뉴스 '안정'이었는데
남지사의 '경기도 포기' 이벤트성 해프닝 파장
내년엔 '경기 천년' 걸맞게 '안정감'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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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문화부장
인문학 강의에 청중이 몰리는 건 이제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최근 몇년새 우리사회에 불어온 인문학 열풍은 여전히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문화센터에 인문학 강의가 개설되고, 직장인들을 위한 '퇴근길 인문학 행사'도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성별과 나이대를 가리지 않고 인문학에 몰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며칠 전 중동신화 관련 인문학 강의에 참석했다. 평소 가졌던 '신화'에 대한 호기심에 일회성 청강을 하게 됐다. 그런데 막상 강의 목차를 보니 흥미로만 접근하기에는 심히 전문적이고 난이도도 높았다. 강의 주최 측에 물어보니 "이 정도면 석·박사를 대상으로 하는 전공강의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에 다양한 연령대가 자리했고, 특히 50~60대가 눈에 띄었다. 청강생들은 지적 갈증에 목말라서인지 심도깊고 다소 어려운 강의였지만, 강의에 집중하며 내용을 받아적느라 입시생 버금가는 열기를 뿜어냈다. 신화학자 문형선 박사는 "강의를 들으면서 많은 이들이 안정감을 찾는 듯하다. 특히 신화는 주인공이 갖은 역경을 겪지만 결국엔 모든 일이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감에 좋아하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결말에 불안해하지 않고 이 같은 인문학에 열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강의를 들은 50대 여성도 "인문학 강의를 듣다 보면 그동안 내가 얼핏 알아왔던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고,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얘기했다.

올 초 경기연구원이 연례적이지만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연말, 2017년을 앞두고 경기도민들(2016년 12월 기준, 경기도 거주 1천명 대상)에게 '새해소망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의식조사가 이뤄졌다. 먼저 2017년 개인적 소망을 묻는 질문에 도민들은 건강증진(14.2%), 복권당첨(8.8%), 마음의 평온(8.3%) 순으로 답했다. 2017년 경기도정에서 중시해야 하는 분야로는 복지(19.7%), 도시 및 주택(11.7%), 취업(9.9%), 산업·경제(8.8%), 환경(7.3%), 교육(7.1%) 순으로 우선순위를 뒀다. 2017년 경기도정에서 가장 듣고 싶은 뉴스로는 안정된 경기도(14.1%), 청렴한 경기도(9.7%), 교육비 부담이 없는 경기도(9.1%), 일자리가 더 생기는 경기도(8.8%) 순으로 중요도를 응답했다. 이를 근거로 요약해 보면 경기도민은 올 한해 본인과 가족의 건강증진, 서민주거복지 등 '안정'에 방점을 둔 삶을 바랐다.

지난 12일 밤 경기도의 수장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내일 경기도를 포기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올려진 글에 많은 도민들은 당황하며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고 이를 본 도민들은 수백 건의 댓글을 통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튿날 아침, 남 지사는 다시 글을 올려 13일 '광역서울도 도시형성과 수도권 규제혁신'을 주제로 열리는 토론회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낱 이벤트성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그 파장이 적지 않았다. 안정된 삶을 원하는 도민 입장에서 '수장이 삶터를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적잖이 놀란 것이다.

내년은 경기 정명 천년을 맞는 해이다. 도민들은 경기 천년에 걸맞은 안정감을 원한다. 과감한 발언이나 제도가 한순간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도를 포기한다는 각오와 용기로 어떤 일을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도민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윤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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