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핀 꽃도
나중 핀 꽃도
모두 다 지는 꽃이라
그대가 어제 피운 꽃 한 송이
오늘도 내게 와서 지고 있다
김초혜(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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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
꽃은 지기 위해 핀다. 꽃이 사철 피어있다면 과연 아름다움의 대명사로서 꽃이 되었겠는가. 귀한 것은 흔하지 않듯이 우리의 만남도 그렇지 아니한가. 한 순간 머물러 있어도 한 순간도 잊지 못한 사람이 있는 반면 평생을 함께 있어도 한 순간보다 못한 사람이 있다. 그것이 인연이라면 속절없이 저무는 한 해 속에 떠오르는 "그대가 어제 피운 꽃 한 송이"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의 가슴에서 지고 있는, 그 꽃은 사랑의 꽃인가. 상처의 꽃인가. 그 물론 당신이 피워낸 것이므로 상처로 남았다면 상처를 만드는 것은 찰나이지만 그것을 치유하는데 평생이 걸린다는 말 속에 답이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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