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재정 건전성을 위한 경제성장과 복지정책의 최적화 방향

임양택

발행일 2017-12-21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재정 유지하며 지출 늘리려면
획기적 경제성장률 제고 방안
추가 증세 우선 단행해야
소득공제도 무조건부 줄이고
저출산·고령화 관련성 높은
조건부 공제항목 확대 바람직

2017122001001313800063011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국가의 살림살이는 성장·분배·안정을 위한 조세 징수와 재정 지출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근본적 문제는 재정 건전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지속적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복지재정 재원을 합리적으로 충당하고 진정한 복지수혜자들에게 효율적으로 복지혜택을 전달할 수 있는 정책방향이 무엇인가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안은 '큰 정부' 기조를 반영한 '슈퍼 예산'이다.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18년도 예산 총지출액은 429조원이다. 2017년 본예산(400조5천억원)보다 7.1%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009년도 예산(10.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상기 정부예산은 주로 복지분야에 사용된다. 정부는 2018년도 보건·복지·노동 분야에 146조2천억원(전체 예산의 34.1%)를 투입한다. 전년 대비 증가율이 12.9%로 가장 높다. 보건·복지·노동 예산 중 고용 창출에는 19조2천억원 (전년 대비 12.4%↑)이 투입된다. 반면에 201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7조7천억원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20% 줄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 지출이 2021년까지 해마다 9.8% 증가하기 때문에 정부 계획대로라면 2021년 보건·복지·고용 예산 비중은 전체예산의 37.6%에 이르게 된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1%인데, 이에 비하여 한국은 10.4%로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2020년 13.1%, 2030년 20.4%, 2050년 31.4%, 2060년 33.7% 등으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비율은 2020년 후반 영미형 복지국가(호주·캐나다·아일랜드·영국·미국)를 앞지르고, 2030년 초반 OECD 평균을, 2030년 중반에는 일본을 각각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경제연구원, 2017.9.6). 따라서 복지예산 지출 증가에 따라 국민 세금 부담도 높아질 것이다. 현재도 국가예산의 3분의 1(2018년의 경우 34.1%)이 복지 지출로 사용된다. 따라서 복지 지출을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지 못할 경우 2060년 국민의 조세 부담률은 35%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는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도 훼손시키지 않는 정책기조를 2018년뿐 아니라 문 정부 임기 말기인 2021년에도 유지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배경을 보면, 2018년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6%로 2017년 예상치 39.7%보다 오히려 낮으며 2021년 상기 비율의 예상치도 40.4%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랏돈을 많이 쓸 계획을 갖고 있지만 빚을 많이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세수 등 정부 수입 증가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세수 풍년' 덕택에 국세가 256조~25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추세대로 간다면 내년 재정수입 증가율은 7.8%로 재정지출 증가율(7.1%)보다 높을 것이며, 2017~2021년 국세 수입이 연평균 6.8%씩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정부는 매년 4% 중반대의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GDP 디플레이터)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12조~13조원씩 세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속셈은 재정수입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재정지출을 많이 늘려도 괜찮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상기한 2018년 정부예산 증가율 7.1%는 2018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5%)보다 2.6%포인트나 높은데,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4.5% 자체가 민간경제연구소의 2.8%보다 1.7%포인트나 높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의 전망치와는 달리 일반적 전망치인 2%대에 머물게 된다면 전술한 2017~2021년 국세 수입의 연평균 증가율 6.8%에 관한 기대치는 대폭 하향조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문 정부의 재정지출 계획은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재정지출을 확대하려면 획기적인 경제성장률 제고 방안과 추가 증세가 단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박근혜 정부처럼 '증세 없는 복지'라는 이름하에 '증세 아닌 증세'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의 세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으며 누진도가 높지만 세수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다. 게다가 소득공제 수준과 면세자 비율이 매우 높아 이들의 하향조정이 바람직하지만 조세저항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무조건부 공제(근로소득 공제, 근로소득세액 공제 등)을 축소하고 저출산·고령화와 관련성이 높은 조건부 공제항목(기본공제액, 출산 또는 아동관련 공제, 고령자 공제 등)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상기한 세제개혁 방안은 단지 미세조정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2%대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모름지기, 경제성장의 씨앗은 기술혁신, 노동시장 개혁, 규제 개혁을 통해 뿌려지고 싹트는 것이다. 요컨대, 현행 '소득(임금)주도 성장론'이 아니라 '혁신주도 성장론'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 정책방향의 전환은 문 대통령도 찬성한 정책전환이다. 다시 말하면, 지속적 경제성장 도모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투자 활성화와 지식기반형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육성, 첨단기술에 바탕을 둔 강소 중소기업 육성, 성장촉진형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위한 개혁, 보건 등 성장기여형 공공사회서비스 중심의 복지정책 등과 같이 성장과 분배(복지)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과감히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금융·관광·의료·법률 등 양질의 일자리가 가능한 서비스업을 육성해야 한다.

/임양택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명예교수

임양택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