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급 소화기와 빨랫비누

신민철

발행일 2018-01-02 제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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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철
신민철 양평소방서장
맛있는 음식을 만들 때 없어서는 안 되는 식용유지만 음식 재료로 사용하여 많이 섭취할수록 우리를 쉽게 살찌게 하는 요소이다.

그 이유는 식용유의 열량과 관련있다. 식용유는 1L에 9000kcal라는 엄청난 열량을 가지고 있다. 그 의미는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 엄청난 에너지가 화마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엄청난 재난이 아닐 수가 없다.

식용유는 요리할 때 보편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부재료로 요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이다. 그 식용유가 요리에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위험성이 크게 달라진다.

튀김요리가 한 예인데 그 이유는 식용유가 가열된 상태에서 이용하므로 화재위험이 높고 한 순간에 방심으로 곧 화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주방에서 불이 난다면 큰 건물인 경우에는 주방 후드와 연결된 배기덕트가 인접 점포와 공유 사용하기 때문에 인근 세대로 연소확대의 통로 역할을 한다. 더욱이 배기덕트 내부에 쌓인 음식물 찌꺼기, 기름때 등은 연소를 더 가중한다.

또한, 식용유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관계자가 물을 뿌려 진화하는 등 무리한 소화 방법으로 손이나 얼굴에 화상을 입는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여러 면에서 식용유화재는 일반화재보다 더 많은 위험요소를 내재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건물 주방에는 분말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A급화재(일반화재), B급화재(유류화재), C급화재(전기화재)를 모두 사용가능한 소화기다.

식용유 화재도 유류화재에 포함되기 때문에 현재 비치된 분말소화기로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식용유를 소량 사용하는 가정은 분말소화기로 소화할 수 있지만, 식용유를 대량 사용하는 학교, 대형업소는 분말소화기를 사용하면 재연소 위험성이 높다.

식용유 자체에 열량이 높고 자체온도로 재발화하기 때문이다. 별도의 소화방법이 필요하다.

그 대안이 K급 소화기이다. 소화약제의 주성분은 탄산칼륨(K2CO3)이며 주된 소화효과는 질식소화이다. 탄산칼륨이 물(H2O)과 반응하여 수산화칼륨(KOH)으로 분해되고 이 물질이 식용유와 비누화 반응하여 기름표면에 순간적으로 단단한 막이 생겨 산소를 차단하는 소화원리이다.

이 원리와 유사한 사례를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다.

튀김용 폐기름에 양잿물[가성소다, 수산화나트륨(NaOH)]을 넣으면 빨랫비누가 만들어진다. K급 소화기는 더 반응성 높이기 위해서 수산화나트륨 대신 수산화칼륨을 사용하는 게 다른 점이다. 결국, 식용유화재에서 K급 소화기를 방사하면 거센 화마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

/신민철 양평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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