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면의 장르문학 산책·100]한강을 읽자

경인일보

발행일 2018-01-03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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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한강(1970~)은 한국문학의 셀럽(celeb)이다. 2016년 맨부커상에 이어 2107년 말라파르테상 수상 등 현재 한강은 자타공인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작가, 한국문학의 오랜 비원을 풀어줄 작가로 꼽힌다. 신경숙 이후, 한국문학의 빈자리를 거뜬히 메우며 나라 안팎에서 한참 주목받고 있다.

문학이 언어의 모험에만 탐닉하거나 거대서사가 부재하는 사사로운 이야기들 속에 빠진 상황에서 그는 한국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다루돼 세계의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문학의 위엄을 지켜나가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생명윤리와 육식의 길항이라는 필연적 딜레마 속에서 아예 식물되기로 나가는 '채식주의자(2007)' 영혜의 이야기와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고통과 슬픔과 분노를 활자로 호명하여 진혼의 무대를 설판한 '소년이 온다(2014)' 등이 그러하다.

'소년이 온다'는 마음속에 품고 있었을지 모를 5월 광주에 대한 광주 출신 작가의 부채의식에서 나온 것 또는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위한 해원의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작품은 일곱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마다 주인공을 달리하는 복수의 주체들이 등장하여 진술하는 증언(고발)의 플롯을 보여준다.

이는 5월 광주라는 디스토피아를 경험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잔혹했던 한국현대사를 생생하게 복원하고, 희생자들을 보듬기 위해서이다.

가령 친구 정대의 죽음을 보고 상무관에서 희생자들의 시신을 관리하는 중학생 동호, 혼이 되어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애타게 누나 정미를 찾는 정대, 동호와 시신을 관리하던 출판사 직원 은숙의 한없는 자책과 시련, 고문이 남긴 트라우마와 죄책감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김진수, 40대의 중년이 된 선주의 후일담, 동호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호 이야기, 그리고 동호네에게 광주의 집을 팔았던 집주인 딸인 내가 소설가가 되어 5·18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 위해 옛집을 찾아오는 이야기들이 그러하다.

'소년이 온다'는 5월의 광주를 다루되, 광주를 넘어 국가폭력과 시민저항(희생)이라는 세계사적 보편성으로 나가고 있을뿐더러 동호를 '너'라 지칭하는 이인칭 시점과 화법의 다변화라는 미적 실험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주목해 봐야 한다.

미셸 뷔토르의 '변형(1957)' 같은 작품이 이인칭에 도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자기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일인칭이요, 타인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하면 이인칭이 된다.

그러나 이인칭 화자는 자기 체험이나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서술한다는 점에서 일인칭 화자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 모험을 위한 글쓰기가 아닌 글쓰기의 모험이라는 미적 도전과 묵묵히 자기이념을 실천하는 이와 같은 사고실험과 작가주의는 장르문학의 작가들도 꼭 유념해볼 대목이다. 한강을, 읽어보자.

/조성면 문학평론가·수원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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