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연인]개

권성훈

발행일 2018-01-0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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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꿈같다

꿈처럼 교미하고/꿈처럼 짖고/꿈처럼 졸고

꿈처럼 흙을 파고/꿈처럼 낳고/수육이 되고/탕이 되고



그 새끼들, 다시 꿈처럼/교미하는 한낮

누가 저 검붉은 성기들을/용접해놓았나



성기에서 흘러내리는/뽀얀 정액처럼

정액 속을 달려가는/정자들처럼

어디선가 어디론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피 묻은 현실이 지나간다

이영광(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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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이 시의 개는 우리가 아는 개가 맞다. 개의 옷을 입고 두 발로 꿈을 좇아 행복이라는 땅을 파는 그런 짐승을 누가 사람이라고 불렀던가. 그렇지만 부끄럽지 않은 것은 우리 조상들도 세상이라는 들녘에서 무리지어 부-더럽게 번창하여 왔으니 지금 개로 죽는다 해도, 다시 개로 환생한다 해도 슬프지 않다. 추위가 풀릴 것 같지 않은 오늘도 우리는 사랑이 피었던 곳에 그 사랑을 처음인 듯 심는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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