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우리 곁에 있는 추운 사람들

박상일

발행일 2018-01-11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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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정치인들은 좋은 세상 만들것 같더니
정말 어려운 사람들 위해 일하는것 같지 않아
모두 구석구석 살펴 작은 나눔으로 큰힘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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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춥다. 올해 들어 큰 추위가 없다가 갑자기 눈이 쏟아지고 강추위가 찾아오니 더 추운 듯하다. 집 앞 골목길도, 아이들이 뛰어놀던 놀이터도, 아파트 단지의 광장도 이틀 동안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어 찬바람이 쌩쌩 지난다. 추위는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닌가 보다. 작년에 온 가족을 이끌고 잠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친구는 페이스북에 영하 20도가 넘는 혹한과 눈 폭탄 소식을 올렸다. 잔뜩 쌓인 눈 때문에 길이 파묻혀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며칠째 꼼짝 못 했고, 학교마저 휴교를 했다고 한다. 기록적인 한파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런데 그런 소식을 전하는 그 친구의 페이스북 글 아래에는 웃지 못할 댓글이 달렸다. 호주에 사는 가족이 올린 "여기는 44도. 더워서 병난다. 아구구…"라는 정 반대의 남반구 소식이었다. 뉴스에서는 유럽지역도 강풍과 폭설로 아수라장이라는 내용을 전한다. 정말 이상한 기후로 지구가 쑥대밭이 된 것 같다. 어쨌거나 이런 강추위나 폭염은 그걸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말도 못할 고통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경기도청 사거리에 서 있는 '사랑의 온도탑'을 살펴본다. 연말까지 온도가 영 오르지 않더니 뒤늦게 조금씩 올라 이제 겨우 71℃(목표액 316억원을 다 채워야 100℃가 된다)에 턱걸이를 했다. 이번 겨울에는 김치 봉사나 연탄 봉사도 어째 예년 같지 않아 보인다. 다들 마음이 추워진 탓일까. 저마다 먹고 살기도 바빠져서일까. 오늘 아침 날씨처럼 찬바람이 부는 사랑의 온도탑을 지켜보는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요즘 최저임금 때문에 난리다. 정부가 '밀어붙이기'로 최저임금을 올려 영세 중소상공인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한다. 임금이 올라가는 대신 일자리가 줄어들어 결국 손해를 보게 됐다는 우울한 상황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각오하고 나선 일이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 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려는 것이니 쉬울 리가 없다. 일자리가 없는, 혹은 겨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소식이 오늘 새벽 바깥의 찬바람보다 더 무서운 칼바람이 되어 가슴을 찌를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커지기 마련이니,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시대'를 꿈꿨던 이들에게 그게 쉽지 않다는 현실은 참 냉혹하기만 하다.

그런데 이렇게 온통 찬바람이 부는 와중에 열기가 슬슬 달아오르고 있는 곳이 보인다.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판이다. 한 지역에서 하루에 두세 명씩 출마 선언을 하고, 누가 나오면 누가 안 된다는 둥 누가 꼭 나와야 한다는 둥 모이는 곳마다 선거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제 하루하루가 갈수록 부쩍부쩍 열기가 오를 터이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꼭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다. 어깨띠를 두르신 분들이 우리 사회의 구석진 곳의 어려운 주민들을 찾아 두 손을 꼭 잡고 "좋은 세상 만들어야죠" 하며 눈웃음을 짓는 모습이다. 그때는 참 뭐든 해줄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어째서 올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져서 예전보다 더 팍팍한 세상이 됐다고 한다. 그분들(?)의 힘으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습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일까? 아니, 이상하게도 그분들이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어쨌든 지금도 우리 곁에는 추위에 떨고 있는 많은 사람이 있다. 정치나 행정이 이런 사람들을 온전히 따뜻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우리 정치가, 우리 행정이 더 나아질 때까지 어쨌든 우리 모두가 구석구석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우리의 작은 나눔이 그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박상일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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