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상구·피난시설은 '생명의 통로'

서승현

발행일 2018-01-12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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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대 화성소방서 서승현 서장 (1)
서승현 화성소방서장
현대 사회는 그 규모가 대형화되고 과학기술도 급격히 발전한다. 국토가 넓지 않아 인구 중 대부분이 수도권과 도시지역에 밀집되어 있으며 초고층 빌딩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재난 발생 시 그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지난 12월 21일 발생한 제천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희생된 29명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발견됐다. 반면 3층 남자 사우나의 이용객 대부분은 목숨을 건졌다. 2층과 3층에 있었던 사람들의 운명을 가른 것은 비상구였다.

3층 이용객들은 남자 사우나에 있는 비상구를 통해 탈출했다고 한다. 다행히 건물 구조를 잘 아는 이발사가 이들을 대피시켰다. 반면 2층 여성 이용객들은 비상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후 밝혀진 대로 여성 사우나의 비상구로 통하는 공간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다. 비상구 입구 주변에는 선반이 양옆으로 설치되어 있어 한 사람이 통과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았다. 게다가 비상구임을 알리는 비상등도 꺼져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비상구를 찾지 못한 여성들은 사우나 정문으로 탈출하려다 계단을 통해 들어온 유독가스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20명 중 11명이 정문 앞에서 발견된 것, 나머지 9명의 발견 장소도 정문 부근인 것을 보면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겨울철에는 화재 위험이 급증한다. 건조한 날씨, 전기·화학 연료를 이용한 각종 난방기구의 사용량 증가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화상영관,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업소의 화재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제천의 사고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대적으로 비상구 및 기초 소방시설 점검에 나섰다. 점검 결과 비상계단에 적치물을 쌓아두는 업소, 피난유도등이 모두 꺼져 있는 업소,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는 업소가 수두룩하다고 하니 안전 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다중이용업소 영업주는 비상구와 피난통로에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0조에 따라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장애물을 설치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하는 것은 대형 화재 발생 시 다수사상자로 이어지게 된다.

다중이용업소 관계인은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피난·방화시설을 유지·관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고객의 피난 계획 미비, 통로 및 비상구의 장애물 적치는 위법행위이다. 다중이용업소 이용객도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피난 통로를 확인한 다음 해당 업소를 이용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비상구 등을 훼손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단순한 위법행위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소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 스스로 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구와 피난시설을 '생명의 통로'로 인식하고, 우리의 따뜻한 보금자리와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키도록 하자.

/서승현 화성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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